서울 종로구 명동성당 앞 대여소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비치돼 있다.

[데일리한국 곽다혜 인턴기자] '시민들의 발'이 될 것이라고 서울시가 야심차게 시작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불과 두달여 만에 애물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관리 소홀로 자전가가 아무 곳에 방치돼 있는가 하면 자전거 비치대에는 주변의 오토바이가 점령한 지 오래다. 더구나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이용객들이 적어 시작과 동시에 서울시의 대표적인 적자 이벤트로 취급받고 있다.

실제 <데일리한국> 기자가 4대문 일대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를 찾아가 운영 실태를 확인했더니 각 대여소에는 평균 2대의 자전거가 비치돼 있었다. 동절기인 점을 감안해 자전거 대수를 줄인 것이다. 그러나 대여소 거치대는 적게는 5개 많게는 20개가 설치돼 있는 까닭에 공공자전거 2대가 세워진 자리 외의 공간은 일반 자전거와 오토바이 차지가 돼버렸다.

기자가 찾아간 6개 대여소 중 3곳에서는 일반 자전거 및 오토바이 등이 버젓이 주차돼 있었고, 따릉이 안내 표지판이나 근처 가로수에 자전거가 묶여 있는가 하면 대여소를 중심으로 좌우에 오토바이가 줄지어 주차돼 있기도 했다. 어떤 곳은 아예 빈 거치대 사이에 오토바이가 서 있었다. 이 정도면 이곳이 공공자전거 대여소인지 무상 오토바이 주차장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 주변 가로수에 일반 자전거가 묶여 있는가 하면 오토바이가 대여소 주변과 빈 거치대에 주차돼 있다.

자전거와 대여소 등 시설물에 대한 관리도 엉망이었다. 대여소에는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가림막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천 시에는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어서 녹슬고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을지로 2가 사거리 남측 대여소에 있는 자전거는 자전거 스탠드를 비롯해 이와 맞닿아 있는 지역에 벌써 녹이 슬어 있었다. 한국외환은행 본점 앞 대여소 거치대에는 신발 자국을 비롯해 이물질이 묻어 얼룩져 '따릉이' 공지 자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을지로2가 사거리 북측 대여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거치대가 갖가지 검은 때들로 오염돼 있었다. 특히 이곳은 안내판과 거치대 사이에 가로수와 화단이 있어 이를 찾기도, 참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서울 공공자전거를 유심히 보며 지나가던 행인 강모(48)씨는 “이게 뭔가 싶어서 쳐다봤다”면서 "그런데 사람도 많은데 차도 워낙 많아서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자전거 스탠드에 녹이 슬고 대여소 거치대 안내판 등이 각종 오염물질로 더러워져 있는 등 관리 소홀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여소를 중심으로 담배꽁초 및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 곳도 많았다. 한국외환은행 본점 앞 대여소와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대여소 주변에는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광경이 흔히 목격됐다. 주변에는 담배꽁초와 가래침, 기타 쓰레기들이 어김 없이 버려져 있었다. 자전거를 대여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는 환경이다. 15세 이상의 전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대여소 주변이 흡연자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와 그들의 흔적들로 더럽혀져 자전거 대여자들이 이를 기분 좋게 이용할 리가 없었다.

서울 종로구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 대여소 주변에는 담배꽁초 등 기타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서울 중앙우체국 앞 대여소는 '안전제일' 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안전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기기결함으로 인한 고장인지 미승인 대여소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따릉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이에 대한 내용은 없고 대여소도 등록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서울시는 해당 대여소에 대해 내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렇듯 홍보가 부족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명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구석진 곳에 있어서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며 ”이 복잡한 곳에서 과연 누가 자전거를 대여할지 의문이다. 위치 선정이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년에 운영될 예정인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 대여소가 아무런 공지문도 없이 안전테이프로 봉쇄돼 있다.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지난 9월 시범 운행을 거쳐 10월 중순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교통체증, 대기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따릉이를 운영하는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으로 따릉이 홈페이지에 3만3,333명이 가입했고 비회원을 포함해 총 10만1,243회의 자전거 대여가 이뤄졌다.

따릉이는 회원가입을 통해 이용권을 구입하여 이용하는 방법과 비회원으로 일일권을 구매해 자전거를 대여하는 방법이 있다. 이용권은 일일권부터 일주일, 한달, 1년까지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비용은 1,000원부터 최대 3만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 일일권 구입 시, 1,000원으로 최대 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단 1시간 단위로 대여소에 반납해야 하는데 이를 초과할 시 30분 당 1,0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이용자들은 평균 33분, 3.5km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따릉이는 신촌, 여의도, 상암, 성수, 4대문(종로, 중구) 등 5개 권역에 설치된 총 146개소에 자전거 2,000여대가 투입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따릉이 초기라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버스 및 택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시켜 나가면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 소홀과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갈수록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어 따릉이 사업 예산에 비해 얻는 수익은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중 30%가 따릉이 이용 요금이며, 자전거와 대여소에 설치하는 민간 기업 광고가 2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따릉이 사업을 확대하기 보다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익 증대 방안을 강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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