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인식 늘어..탈선 등 부작용 우려도

외국어 우수자 입학 전형 줄고, 취업시에도 별다른 우대 없어

2001학년도 이후 조기유학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다가 경제불안 등의 요인으로 2007학년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사진=한국교육개발원-그림으로 보는 유·초·중등 교육 통계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조기 유학이요? 글쎄요. 굳이 보낼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요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조기 유학'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조기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서 아이의 장래가 보장된다는 생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기 유학을 다녀온 아이들의 진학과 취업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다, 예민한 청소년기를 해외에서 보냈을 때 탈선하는 경우도 많이 목격되고 있다. 또 숱한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면서 가정이 파탄되는 등 여러 부작용들도 흔히 눈에 띈다. 비용과 대비해 조기 유학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도(작년 3월~올해 2월)에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한 학생은 초등학생 4,455명, 중학생 3,729명, 고등학생 2,723명 등 총 1만907명으로 전 학년도 1만2,374명(초등학생 5,154명, 중학생 4,377명, 고등학생 2,843명)에 비해 약 12% 줄었다. 특히 조기 유학생 수가 정점을 찍었던 2006학년도(총 29,511명)와 비교하면 8년 만에 약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유학원들도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edm 유학센터 김성봉 이사는 <데일리한국>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기 유학 상담률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2% 증가했지만, 캠프 등 단기 유학 상담 비중이 33% 늘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아이 혼자나 엄마와 아이만 유학을 가는 형태에서 이제는 가족 모두가 외국으로 떠나는 분위기”라며 “장기 유학보다 방학 등을 이용한 단기 캠프를 가는 등 유학 형태가 다각화됐다”고 전했다.

사진=유토이미지

국제중학교, 외국어 고교들은 과거 입학 전형에서 주로 토플 성적으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평가해왔다. 그러나 2011학년도부터는 해외 2년 이상 거주자가 지원 자격인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은 전체 정원의 2%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도 국내파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 대학들 역시 영어 우수자 전형 비중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와 성균관대 등은 외국어 특기자 전형을 폐지했고, 고려대는 2018학년도 대입부터 수시 특별전형 선발 인원을 10% 내외로 줄이기로 했다.

게다가 해외 유학 경험이 취업시장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7~8년 전만 해도 취업할 때 해외파가 우대됐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심지어 최근 취업포탈 사람인이 285개 대상으로 ‘신입 사원을 뽑는데 크게 믿지 않는 스펙’을 묻는 질문에 해외 유학 경험(13.7%)이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출신 학교(22%), 3위는 학력(8.4%)으로 조사됐다. 유학이 도움은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서울 잠실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52) 씨는 "아이를 일찌감치 유학을 보냈지만 돌아온 후에 학업 성적 따라가기가 벅차 결국 대학 입시에서 재수를 해야 했다"며 "영어 점수만으로 취업의 벽을 뚫기는 힘들다고 해서 대학 졸업반인 지금 취업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고 털어놨다. 서울 소재 교육 전문업체 VIU 문희철 대표는 "영어만 잘한다고 대학에 가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요즘의 대학 입학 전형에선 영어만 보는 게 아니라 영어와 논리적 사고를 함께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외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외 체류 5년 이상이어야 하고 조건도 까다롭다"며 "토익 외에 추가 자격을 요구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일반 조기 유학생들은 토익 900점이 넘는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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