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받으면 배달원이 음식 산 뒤 소비자에게 음식값 받는 방식

음식이 식거나 불어 소비자가 거부하면 배달원 책임

음식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어떤 음식이든 다 배달하는 배달원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사고 위험과 반품 책임을 고스란히 혼자 떠안는다. 사진=황혜진 기자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음식 배달 일을 하는 원 모(23) 씨는 1년 전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음식 배달대행업체 사장으로부터 ‘수중에 3만원이 있느냐’는 조금은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배달원이 콜을 받고 치킨집이나 피자집에 가면 배달 수수료 2,000원을 제한 나머지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구입한 뒤 소비자에게 배달해주고 음식 값을 받는 방식으로 하루 일당을 버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치킨이나 족발, 피자 등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 그 가게에 소속된 전담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이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음식 배달대행업체에 월 10만~15만 원의 회비를 낸 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대행업체 배달원을 호출하는 것이다. 배달원은 기본급 없이 건당 2,000~4,5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음식이 식거나 불어 소비자에게 반품 당하면 배달원 책임

배달원들은 일반적으로 정오부터 새벽 1시까지 13시간 일하고 배달 건수만큼의 수수료를 일당으로 가져간다. 보통 하루에 30~50건을 배달하는데 수수료를 평균 3,000원으로 가정하고 40건을 배달한다고 하면 일당 12만 원을 버는 것이다. 대행업체에 오토바이 하루 이용료 5,000원과 보험료 1,000원을 더한 6,000원 가량을 내고 주유비 약 1만 원도 이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손에 쥐는 돈은 10만 원가량이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대행업체 배달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주문이 있을 때만 배달원을 호출하면 돼 고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행업체는 음식점과 배달원을 연결해주며 음식점에는 근로를, 배달원에게는 일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간 수익을 얻는 게 부당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위험한 곡예 운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배달원을 압박하는 구조에 있다. 특히 주문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배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배달이 밀려 음식이 식거나 불어 고객이 음식을 거부하면 배달원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이미 배달원이 음식점에 돈을 지불한 상태인 데다가 음식점에서는 배달이 늦어 반품 당한 것이라는 이유로 배달원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원 씨는 "피자 한 판 값 2만 원을 때우려면 배달 7~9건을 더 뛰어야 한다"며 "반품이 많은 날은 하루 1만 원을 번 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점에서 오는 재촉전화를 받을 시간도 없이 반품이 무서워 목숨 걸고 달린다"고 덧붙였다.

배달대행업체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회원점과 제휴를 맺으려 하고, 제휴점이 늘어나면 배달 지역은 넓어진다. 배달 거리는 길어지고 시간은 점점 촉박해지는 것이다. 이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죽음의 질주’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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