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스포츠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데일리한국 윤용진 인턴기자] 지난 5월 25일 프로농구 안양KGC 전창진 감독이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돈을 건 혐의와 함께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지난 9월에는 프로농구선수 김선형(SK) 등을 포함한 전·현직 스포츠인 26명이 경찰의 그물망에 걸렸다. 이들 역시 불법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에 참여한 혐의였다. 이들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3년에는 개그맨 이수근과 방송인 탁재훈, 김용만, 가수 토니 안 등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베팅했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불법스포츠도박이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의 보편적인 시작 경로는 인터넷개인방송과 SNS다. 먼저 인터넷개인방송을 통한 불법스포츠도박의 접선은 일반적으로 아프리카TV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인터넷방송에서 이뤄진다. 아프리카 TV를 예로 들면 도박 브로커들은 방송에서 해외, 또는 국내 스포츠 영상을 중계하는 동시에 불법 스포츠 도박장인 일명 ‘놀이터’를 홍보한다. 중계 화면에는 카카오톡 아이디가 적어두고 이를 통해 따로 고객과 접선해 본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아프리카TV측에서는 채팅창에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할 경우 아이디를 조사해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경고 문구를 올려놓고 있지만, 채팅창에서는 은어를 사용하고, 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이용하기도 한다. SNS에 올라오는 각종 콘텐츠 아래 적힌 광고가 바로 접선방법이다. 특히 이 중 음란성 콘텐츠는 불법 스포츠 도박 홍보에 이용되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홍보만으로 어떻게 이용자들을 유치하는 지 의구심이 든다. ‘먹튀(베팅 금액을 가지고 도주하는 것)’가 걱정되지는 않는지, 도박혐의로 검거되지는 않을지,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가 있는데 굳이 불법스포츠도박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졌다.

이에 <데일리한국> 기자가 직접 실제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기자는 27일 새벽 아프리카tv의 해외축구 유로파리그 중계에 올라온 카카오톡 아이디로 이들과 접촉했다.

카카오톡으로 브로커에게 연락을 하자, 브로커는 사이트 주소와 추천인코드를 알려주며 친절하게 가입방법까지 설명했다. 최근 강화된 불법스포츠도박 단속에 대해 질문을 하자 ‘6년간 이어져온 곳이고, 가입을 해도 회원정보가 저장되지 않는다’며 기자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은행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등 몇 가지 인적사항을 적고 회원가입을 신청한 뒤 5분가량이 지나자 국제전화로 사이트 관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원가입 시 적었던 은행 계좌번호와 입금주를 물어보는 본인확인절차까지 마치니 이내 가입 승인이 떨어졌다.

직접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그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축구를 비롯해 농구, 야구, 배구 4대 스포츠와 하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에도 베팅을 걸 수 있게 만들어져있었다. 또한 사다리, 달팽이 등의 일반 사행성도박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한 게시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문의글이 올라가 있었다.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게임머니를 구매하듯 충전을 해야 됐는데, 이에 앞서 먼저 운영진에 계좌요청을 하고, 입금을 한 뒤 다시 운영진에게 충전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의 경우 1인당 10만원의 베팅제한과 청소년 구매 금지법 등 여러 가지 제한사항이 있었지만, 이들 불법스포츠도박은 베팅금액에 제한이 없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배당률. 합법 스포츠 토토의 배당률을 50~70%로 정해놓은 반면, 이곳에서는 90% 이상의 높은 배당률을 제공하고 있었다. 불법스포츠도박 운영자가 보통 해외에서 사이트를 운영해 세금과 각종 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팅 방법도 굉장히 다양하다. 각 종목별 팀의 승패는 물론, 팀의 첫 득점을 누가 할 것인지, 심지어 누가 반칙을 할 것인지 등 기상천외한 종류의 베팅 방법이 있었으며, 각 항목에 중복으로 베팅을 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배당률은 산술적으로도 합법 스포츠 토토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고, 이용자들을 현혹하는데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높은 배당을 받은 사람의 아이디를 차단하거나, 일방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적지 않은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당첨금을 제공하지 않고 그대로 도망간다고 한다. 당첨금을 떼먹고 도망간다고 해도 이용자들 또한 불법도박을 한 것이므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없다.

이런 불법스포츠도박의 배후에는 대부분 조폭(조직폭력배)들이 연계된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지난 8월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400억 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폭력 조직을 검거했고, 지난 10월 크게 논란이 됐던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2의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박외식 전 감독의 뒤에도 조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사진=MBC뉴스 캡처

이렇게 불법스포츠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불거지면서 경찰은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11월 2일부터 2016년 2월 9일까지 100일간 불법 인터넷 도박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혐의내용이 확인되면 수사착수 단계부터 도박운영자와 고액 도박 행위자 명단, 계좌정보 등을 국세청에 통보된다. 도박사이트 운영자 뿐 아니라 협력자와 도박 행위자도 원칙적으로 전원 형사 처벌된다. 우선 조직적으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총책, 관리책, 통장모집책, 인출책 등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 단계부터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된다.

수차례 도박 프로그램 개발·유지·보수에 가담한 프로그래머 중 도박 프로그램을 유통하거나 도박 서버인 줄 알면서도 서버를 보관하거나 임대 서비스를 제공·중계한 경우 도박개장의 방조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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