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원정도박 혐의로 신정환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사진=SBS 뉴스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윤용진 인턴기자] 최근 국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이 수억대 불법 원정 도박을 한 사실이 알려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임창용은 “수천만원을 도박 판돈으로 쓴 건 맞지만 수억대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인 말대로 수천만원이건 아니건 간에 일반인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도박판에 쏟아 부은 것이기에 그에 대한 죄값을 치러야 할 형편이다.

형법 246조 1항을 보면 ‘도박을 한 사람을 1,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하며, 2항에선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청의 도박사범매뉴얼을 보면 도박규모가 10만~20만원(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의 판돈의 합계)일 경우에는 입건하지 않고 경찰서장의 재량에 따라 즉결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도박죄가 성립하려면 수십만 원 이상의 판돈이 걸려있어야 하며, 3회 이상 상습적으로 적발이 됐을 경우에 도박 혐의로 죄를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임창용처럼 원정도박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외환관리법에 따르면 1만 달러(한화 약 1,150만원) 이상의 현금을 해외로 반출하려면 신고가 필요하고, 해외에서 출금 시에도 적정 금액 이상으로는 출금이 불가능하다. 이보다 큰 금액으로 도박을 하면 도박죄에 외환관리법 위반이 추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관리법 제27조 1항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때문에 원정도박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현금을 조달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 역할을 바로 현지와 한국을 아우르는 국제 조직폭력배가 맡고 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에서 조폭에게 돈을 빌려 도박자금을 충당하는 것인데, 항공권과 숙박, 숙식, 차량까지 전부 제공을 받는다고 한다. ‘몸만 가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1997년 개그맨 황기순 씨와 2001년 방송인 주병진 씨, 2011년 방송인 신정환 씨가 이같은 불법 원정 도박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인 관광객 등을 상대로 카지노를 운영한 조직폭력배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황기순 씨 등 1,000여명의 한국인들이 151억 원을 탕진한 사실을 밝혀냈다. 황씨는 그해 2월 마닐라의 한 카지노에서 약 9,000만원의 자금을 빌려 도박을 한 뒤 이를 갚지 못해 여권을 빼앗긴 채 귀국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신씨는 2003년과 2005년에도 상습도박죄로 기소돼 각각 500만원과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후 2011년 필리핀 세부에서 2억 원 가량을 탕진해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병진 씨도 필리핀과 사이판을 오가면서 8차례에 걸쳐 미화 125만 달러(당시 15억여 원)를 판돈으로 사용해 1,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이번에 적발된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은 마카오에서 정킷방(정킷룸)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킷방은 최근 마카오를 비롯한 동남아 카지노에서 성행하고 있는데, 정킷방은 최고급 호텔이나 카지노 내부의 비밀장소로 베팅금액에 한도가 없이 이루어지는 불법도박장을 뜻한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조직폭력배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불법 도박 규모는 합법 사행산업(2014년 20조원)의 최대 8배인 101조~160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마카오와 필리핀으로 원정도박을 떠나는 한국인은 연간 22만3200여명으로 금액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또한 마카오·필리핀 원정도박자의 1%(약 2000명)에 해당하는 VIP의 지출액은 전체 한국인 지출액의 92%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폭력배들은 주로 이 VIP를 타깃으로 노리며, 정킷방의 운영비 명목으로 잃은 돈의 절반 정도를 수수료로 떼어가고, 환치기 명목으로 판돈의 1~2%를 또 가져가는 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마카오에는 범서방파, 필리핀에는 파라다이스파와 학동파(범서방파 계열)가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영등포파와 영산포파가 진출해 있다. 최근 이들 조직은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지에 직접 카지노를 세우거나 도박장을 인수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홍콩 마카오 등지에는 더구나 1차적인 비용을 조직폭력배 쪽에서 해결하는 편의성과 신분 노출을 꺼리는 VIP를 위한 정킷방이 있어 재계 유명인사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불법원정도박은 유명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VIP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주로 브로커를 통해서 원정도박을 떠나는데, 이 브로커들은 강원랜드 등지에서 주로 여행사나 전당포 모집책으로 위장해 폭력조직 등과 연계돼 정킷방을 소개해주고 현지에선 리무진과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정 도박에서 돈을 따더라도 이를 고스란히 입금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윤성환도 13억 원을 딴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설 도박장 운영자 측이 '도박을 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당해 실제 딴 돈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정도박에서 돈을 잃으면 할 수 없고, 따더라도 국내로 가져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래저래 도박 당사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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