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맨 정형돈씨가 불안장애로 방송에서 잠정 하차했다. 사진=SBS

[데일리한국 강세라 인턴기자] 최근 인기 개그맨 정형돈씨가 ‘불안장애’로 모든 방송에서 잠정 하차하면서 연예인들의 신경과 관련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정씨에 앞서 이경규, 김구라, 이병헌, 차태현, 김하늘, 김승우 등 수많은 스타들이 불안장애의 일종인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방송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받은 바 있다.

불안장애는 정상의 범위를 넘어선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 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통칭한다.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할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 어지럼,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저림 등을 호소한다.

정형돈씨는 지난 8월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불안장애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방송에서 정씨는 "미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불안하다. 운 좋게 잘 되다 보니까 내 밑천이 드러날까봐. 내 능력 밖의 복을 가지려고 하다가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섭다. 아무래도 무서움을 느껴야 되는 직업이다. 시청자 분들은 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평소에는 인자하시지만 가끔 때로는 무섭고 그래서 긴장을 한다”며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씨는 불안장애의 일종인 ‘특정 공포증’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뾰족한 것, 작은 볼펜 촉만 봐도 내가 찔리지 않을까하는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고소공포증, 뱀 공포증 등이 이와 같은 특정 공포증에 해당한다. 실제 정씨는 개그맨 김제동씨와 막역한 사이임에도 둘이 함께 있으면 언젠가 나를 찌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누군가 언제 자기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는데 그 이유가 본인은 실제로 능력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잘되기 때문에 이 불안감이 계속 커진다는 것이다.

정씨는 최근 6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정상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더욱 본인의 불안감은 커져갔다고 한다. 불안장애가 악화된 그는 결국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유재석씨에게 찾아가 공식적으로 잠정 하차를 요구했다. TV에서 경쾌하고 밝은 모습만 대했던 시청자들의 놀라움이 컸다. 인기 스타들의 잇단 정신질환 발병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공황장애’는 글자 그대로 ‘심하게 두려워하며(恐) 당황한다(惶)’는 뜻을 가진 정신질환이다. 사진=KBS

정씨는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나 다른 연예인들은 이와 유사한 질환인 공황장애에서 허덕이고 있다. 개그맨 이경규씨를 포함해 많은 연예인들이 앓고 있다고 고백한 ‘공황장애’는 글자 그대로 ‘심하게 두려워하며(恐) 당황한다(惶)’는 뜻을 가진 정신질환이다. 이씨는 2012년 1월 공황장애로 4개월 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서 있다가도 내가 살아 있나 막 꼬집는다. 마비가 오는 것도 같았다. 죽을 것 같기도 하고..."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전문의는 "그게 공황발작의 특징이며 발작 증세라기보다 공황 장애가 심하게 몰려오는 것"이라며 "그만큼 갑작스럽게 몰려와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배우 이병헌씨는 2013년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보이는 라디오 방송 도중 탁자 밑으로 숨어 고개를 숙인 채 한 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이러다 방송사고가 나겠다고 생각했다. 쓰러지거나 내가 더는 견디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나가거나 둘 중에 하나인 상황이 올 뻔했다”며 “항상 할 때는 똑바로 해야 한다는 이성과 그만 쉬자는 몸의 생각이 충돌했다”고 밝혔다.

개그맨 김구라씨도 지난해 12월 가슴의 답답함과 이명 증상을 호소해 급히 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째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었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배우 신현준씨는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김구라의 공황장애에 대해 언급했다. 신씨는 "김구라 씨가 공황 장애를 앓았을 때 동료 연예인들에게 '나도 앓고 있어'라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며 "우리 일을 하는 분들 중에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공황장애를 앓던 김장훈은 공황장애가 심해진 상태에서 비행기 내에서 흡연을 해 결국 벌금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렇듯 상당수 스타 연예인들이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됐다. 그러나 밖으로 알려지게 될 것을 우려해 정신과를 찾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아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연예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스타들이 이 같은 정신질환에 취약한 것은 인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악플로 인한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등 정신 관련 질환이 이젠 스타급 연예인들의 직업병으로 분류될 상황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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