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콘텐츠 활용한 '낚시 마케팅' 범람

흥미를 유발하는 대화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 화면 하단에는 어플 업체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최근 대학생 이 모(25) 씨는 페이스북을 하던 중 한 게시물을 접하고 허탈감을 느꼈다. 이 씨가 본 게시물에는 캡처된 카카오톡 대화창 사진 여러 장이 게재돼 있었다. 이 대화창은 한 연인이 말다툼하는 내용으로 이 씨는 자신의 연애 상황과 비교해보며 이들의 대화에 몰입했다. 그러나 곧 다음 캡처 화면을 확인한 순간 기분이 확 상했다. 사진 하단에는 한 어플리케이션 회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이처럼 최근 온라인상에는 흡입력 있는 내용의 콘텐츠에 은근슬쩍 광고를 삽입하는 ‘낚시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마케팅 콘텐츠들은 적나라한 홍보 글보다 훨씬 지능적이다. 대부분 자극적인 타이틀로 시선을 사로잡은 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보는 이들을 흡입시킨 다음 상호나 로고를 노출하는 패턴이다.

이런 광고는 모바일 시대에서 급부상한 ‘스낵컬처’와도 떼놓을 수 없다. 스낵컬처란 짧은 시간동안 간편하게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를 의미한다. 대다수 스마트폰 유저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유영하다가 이런 속임수 광고 글을 접해본 경험이 있다. 낚시 마케팅은 주로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를 조작하거나 유저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눈길을 끌만한 글을 올려 이목을 끈다.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이나 웹툰 형태를 띠기도 한다.

LG U+ '콘텐츠 컨테스트' 수상작의 마지막 장면,

유쾌함과 불쾌함 넘나드는 ‘월척’ 마케팅

속임수 광고들은 비싼 광고 집행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간단한 콘텐츠 제작만으로 손쉽게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게시물의 파급력이 막대한 페이스북에서 낚시 마케팅이 가장 횡행한다. 언론 매체에 홍보성 기사를 올리거나 배너광고를 띄우는 것보다 그럴 듯하게 만든 낚시 광고 하나로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웃음을 주며 관심도를 높이는 경우에는 바람직한 ‘초저비용 고효율’ 광고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온라인을 강타한 LG U+의 웹툰 광고 수상작이 모범 사례다. 이동통신사 LG U+의 ‘콘텐츠 컨테스트’에서 당당히 우수상을 거머쥔 이 짧은 웹툰은 주인공의 채팅 친구가 알고보니 외계인이었다는 황당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채팅을 하던 중 LG전자의 스마트폰 G4로 밤하늘을 찍어 보낸다.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대해 보던 중 자신과 채팅 중인 외계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웹툰의 마지막 컷에는 ‘우주에서 가장 빠르고 잘 터지는 U+LTE8'이란 문구를 넣어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른다. 이 광고를 접한 이들은 대부분 황당하지만 기발하고 재밌다는 반응이다. 더러는 LG 스마트폰의 화질이 궁금하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달리 관심은 끌었지만 광고를 본 이들에게 속았다는 불쾌함만 남기는 광고도 상당수다. 최근 모 사립대 언론영상광고학과 학생들은 이 학과에서 개최하는 행사를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게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 홍보물 또한 연인 간의 카카오톡 대화로 구성했는데, 남성은 여자친구에게 성인 동영상에 나온 모습을 보았다며 결별을 고한다. 여성이 이를 거듭 부인하며 해당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자 남성은 뜬금없이 학과 행사 홍보영상을 보낸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자극적이기만 하고 상식을 지나친 광고라고 질타했고, 논란이 커지자 결국 해당 학과 측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같은 낚시 광고들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속이는 것이 관건이다. 사회적으로 대두하고 있는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등 농담으로 여기기에는 불쾌한 내용은 해당 업체에 대한 반감만 키운다. 왕따를 당해 괴롭다는 글로 둔갑한 광고 글에 조언 댓글을 단 적 있다는 박 모(24) 씨는 "글쓴이를 위로하려고 한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이거나 불쾌함을 남기는 광고 콘텐츠도 별다른 규제를 받고 있지 않으므로 생산자들의 자체적인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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