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장에서는 10월 한달 간,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제1회 청춘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곽다혜 인턴기자] "노인전용극장을 아십니까." 55세 이상 남녀와 동반자는 인원에 관계없이 누구나 단돈 2,000원에 흘러간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청춘극장'으로 명명된 이 극장은 일반 최신 영화 상영관이 아니다. 신성일-엄앵란 부부 등 흘러간 스타의 젊은 시절 흑백영화에서부터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햅번 등이 열연한 과거의 명화를 틀어주는 곳이다. 서울시는 2010년 노인들을 위한 문화 복지를 제공하고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로 이같은 '청춘극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청춘극장은 서울 서대문역 5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문화일보 홀을 대관해 운영 중이다. 청춘극장에서는 55세 이상이면 동반자를 몇 명 데려오든지 인원에 관계없이 2,000원에 입장이 가능하다. 만일 중·고교생이 어르신과 동행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오면 5,000원, 대학생 및 일반인은 7,000원에 이용이 가능하다. 20일 <데일리한국> 기자가 청춘극장을 찾아갔더니 내부는 시내 주요 극장과 다를 바 없이 제법 잘 단장돼 있었다. 극장 안 청춘카페에서는 직접 구운 가래떡을 200원에 커피를 100원에 판매하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겐 최고의 간식 거리였다.

2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상영관 하나로 운영되는 청춘극장은 1일 1편, 평균 3회 상영된다. 상영작은 대체로 1960~70년대 인기를 얻은 국내·외 추억의 명화들이다. 흘러간 영화라서 그런지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는 이곳이지만 젊은층은 좀체 보기 어렵다. 토요일에는 청춘유랑극단쇼의 문화공연이 3회 진행된다.

서대문역 5번 출구에서 나와 청춘극장으로 가는 길에는 영화 상영표와 공연 스케줄이 게시돼 있다.

권영우 청춘극장 운영팀장은 "하루 평균 300~350명이 관람하는데 공연 날이면 600명 이상 올 때도 있다"며 "어르신들이 옛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춘극장은 서울시가 매년 평균 1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운영된다. 위탁업체는 영화 배급료와 공연프로그램을 운영을 위한 비용 등을 정산해 매달 서울시에 청구한다. 아무래도 염가로 영화 상영을 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긴 어렵다.

이와관련 박용석 서울시 문화정책과 주무관은 "복지관, 강당, 노인회관 등 교통의 편의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장소만 마련된다면 보다 염가로 극장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럴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춘극장에는 총 44만2,633명이 이용했다. 이 기간 입장료 수익은 총 3억 2,500여만원에 불과해 전체 운영비에는 크게 모자란다. 박 주무관은 "노인 복지를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적자라고 청춘극장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그나마 최근 관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적자 폭이 어느 정도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주 위탁업체 대표는 "청춘극장은 상업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춘극장의 내부에는 북카페, 대기석, 청춘카페, 매표소가 마련되어 있다.

한 달에 20번 이상 청춘극장에 방문한다는 매니아 이덕재(79)씨는 "청춘극장은 나의 삶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는 아지트"라면서 "단돈 2,000원에 예전에 즐겨봤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수웅(75)씨는 "동년배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나에게는 힐링의 장소"라며 "수원, 안양, 동두천에서도 오는 사람이 있다. 다른 지역도 노인들을 위한 이같은 청춘극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춘극장은 최근 '제 1회 청춘영화제'를 진행 중이다. 당대 청춘스타인 최은희, 신성일, 오드리 헵번, 존웨인, 잉그리드 버그만 등이 출연한 영화 <심청전>, <카사블랑카>, <파리의 연인>, <청춘무정> 등을 상영하고 있다. 영화 상영표는 매달 말에 다음 달 상영할 스케줄을 팜플렛으로 제작해 매표소 앞에 비치해두고 있다. 또 네이버 카페 '청춘극장'(http://cafe.naver.com/seoulsilvercinema)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이며 자세한 사항은 02-739-5422~4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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