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전시된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과 해설서.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기록한 국보급 책자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상주본을 보유하고 있는 고서적 수집·판매상 배모(52) 씨는 "1,000억원을 정부가 보상하면 내놓겠다"고 말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문화재청이 상주본의 가치를 1조 원 이상이라고 밝힌 만큼 자신에게 10%를 보상해 주면 나머지 90%는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것이다.

배 씨는 그러면서 개인 재산인 상주본을 그냥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10%인 1,000억 원 정도는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문화재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면서 실제 상주본이 존재하는지 먼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2008년 7월 배씨가 경북 상주시 낙동면의 집을 수리하다 발견했다며 외부에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상주의 한 골동품상인 조모씨가 "배씨가 상주본을 내 가게에서 훔쳐갔다"고 주장하면서 양쪽의 공방이 시작됐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배씨가 (조씨에게서) 훔친 것이니 조씨에게 해례본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지만 배씨는 돌려주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 등이 수차례 강제 집행과 압수 수색을 했으나 해례본의 행방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때문에 실제 상주본이 공개되면 조씨와 배씨 사이에서 소유권을 놓고 다시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훈민정음 창제 3년 뒤인 1446년(세종 28년) 편찬됐다. 서울 간송미술관에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과 동일한 판본이다. 전문가들은 상주본이 간송미술관 소장본보다 보존 상태가 좋아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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