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씨'·‘어라운드’ 등 익명 스마트폰 서비스 인기

청소년 고민 나누고 오프라인 이벤트로 위로받기도

스마트폰을 통해 익명 사연을 공유할 수 있는 '어라운드' 앱.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익명을 바탕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은 스마트폰 앱에서도 각종 형태로 존재한다. 일명 '감성앱', '힐링앱'이라 불리는 이들 서비스에는 대나무숲과 마찬가지로 소소한 감정 표현부터 다른 이들에 대놓고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들까지 두루 담기고 있어 청춘들의 또다른 힐링캠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앱 서비스는 이용자의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도록 가입을 위한 이메일 등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아무런 요구사항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김 모씨, 박 모씨처럼 ‘아무개를 높여 부르는 말’이란 뜻을 지닌 익명 SNS '모씨'는 최근 젊은층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앱이다. 모씨는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약 8개월만에 이용자수 150만명을 돌파했다.

이미지 카드 형식의 익명 앱 '모씨'.
모씨에서의 대화는 이미지 카드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골라 그 위에 익명으로 글을 작성하면 그럴듯한 모양의 '감성카드'가 만들어진다. 가볍게 자신의 현재 생각을 드러내는 글부터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불만, 고민을 털어놓는 글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이를 본 다른 이용자들도 적절한 이미지를 골라 답변카드를 전한다.

'있는 그대로'를 모토로 하는 '어라운드'라는 익명 앱도 있다. '꾸미거나 감추지 말고 감정과 생각을 남겨보라'고 권유하는 어라운드에서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일정거리 내에 있는 사람들과 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이팅(eting)’은 엽서를 쓰듯이 자신의 고민을 써서 전송하면 무작위로 선정된 이용자가 사연을 받아보고 답변을 보내는 형태의 앱이다. 자신이 답을 하기 어렵다면 사연을 다른 이들에게 넘기는 패스 버튼도 누를 수 있다. 과거 유행했던 펜팔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대화는 단발로 끝난다.

익명 앱을 3개월째 이용 중인 직장인 박 모씨(30)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었는데 한 번 글을 써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며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내게 '하루를 잘 보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모르는 사람의 한 마디가 놀랍도록 힘이 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한 익명 앱 이용 후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올바르게 세상을 보지 못하거나 '나만 왜 이런가'라는 식의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그럴 때마다 (앱이) 도움이 되더라"고 적었다.

보다 특정한 대상을 주축으로 하는 익명 서비스도 있다. '홀딩 파이브'는 학창시절 왕따의 아픔을 겪은 대학생이 기획해 만든 앱으로 왕따나 학교폭력, 학업문제, 친구 문제 등 청소년을 위한 익명 상담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이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확대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순간까지 지니고 있는 것도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직장인 대상 앱 '블라인드'도 이용자들의 회사 생활의 고충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익명 공간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 한 관계자는 “익명 앱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는 숨겨져 있지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에 제약이 적어 오히려 더욱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소위 '오글거린다'('낯간지럽다'라는 뜻의 신조어)는 평을 듣기 쉬운 감성적인 글도 익명 앱 내에서는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부가기능들이 더해져 젊은 층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전미영 연구교수도 한 칼럼에서 “익명 SNS는 이슈가 되더라도 누가 한 이야기인지 밝혀지지 않는 구조라 글을 올린 사람조차 자신의 글을 객관화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 좀 더 솔직한 정보 등이 유통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SNS로 인한 피로도의 관점에서 익명 앱의 인기를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그럴듯한' 자신을 보여주고 댓글과 관심을 얻기 위해 사진, 글 등을 포장해 올리는 행위에 지친 젊은이들이 익명성이 있는 공간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다만 익명성을 무기로 발생할 수 있는 언어폭력 등은 익명 앱이 가진 한계로 지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라운드는 ‘특정인을 지목하지 마십시오’ ‘익명성을 해치지 마세요’ ‘불쾌한 사람이 되지 마세요’ 등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모씨는 부적절한 글을 게재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자신이 쓴 카드가 노출되지 않는 ‘블라인드’ 제도 등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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