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부터 범행 장소·정보 검색..총 소지한 채 3시간여 활보
"고깃집 투자금 못구해 단독 범행…2차 범행 계획 없었다" 자백
4일 부산진경찰서는 전날 오후 검거한 홍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해 홍 씨로부터 우체국을 털려고 권총과 실탄을 훔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홍 씨는 2년 간 미용실을 운영하며 3,000만 원의 빚을 졌고, 선배(30)와 고깃집을 개업하기 위해 추가로 3,000만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돈이 없어 범행을 계획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투자하기로 한 3,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이달 2일까지 구하지 못하면 선배의 투자금까지 날릴 수밖에 없었다. 홍 씨는 친구들에게 연락해 "1,000만 원을 꿔주면 이자까지 갚겠다"고 사정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후 선배의 투자금까지 날리게 된 것에 크게 상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공범 없이 혼자 범행했으며, 훔친 총과 실탄으로 2차 범죄를 저지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범행 20여 일 전부터 평소 택배를 부치려 방문했던 해운대구 좌동의 우체국을 유심히 관찰했다. 홍 씨는 이 우체국이 청원경찰이 없고 경비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고 판단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은행 강도' 등의 단어를 검색해 범행 정보를 수집한 뒤 해운대 근처 시장에서 주방용 칼을 훔치고 인터넷 검색으로 실내사격장 위치를 확인한 후 본격적인 범행 준비에 나섰다.
홍 씨는 지난 1일 낮에도 흉기를 품은 채 해당 사격장에 갔었지만 남자 직원 등 2명이 있어 범행을 포기했다. 이틀 뒤인 3일 오전 9시 20분쯤 우체국을 털 때 얼굴을 가릴 도구와 흉기를 챙겨 사격장에 들어간 홍 씨는 10발씩 두 번 쏜 뒤 여주인 전모(46)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후 45구경 권총과 실탄 19발을 훔쳐 달아났다.
이어 미리 봐둔 사격장 후문으로 빠져나가 옷을 갈아입고 비니(두건처럼 머리에 딱 달라붙게 뒤집어 쓰는 모자) 등 범행 도구가 든 가방을 버렸다. 하지만 홍 씨는 우체국 강도 범행을 실행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사격장 업주를 찌른 데 대한 불안감과 경찰의 신속한 공개 수사 전환으로 인상착의가 언론에 노출된 뒤 동업하려 했던 선배로부터 "이거 너 아니제(아니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강도 실행을 주저하게 됐다.
결국 그는 서면 사격장을 빠져나와 골목과 약국, 대로변을 활보하며 3시간여를 걷다가 수영구 부산지방병무청에서 택시를 타고 해운대 송정동에서 내린 뒤 다시 택시를 타고 기장군 일광으로 이동하다가 오후 1시 35분쯤 기장군 청강사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