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부터 범행 장소·정보 검색..총 소지한 채 3시간여 활보

"고깃집 투자금 못구해 단독 범행…2차 범행 계획 없었다" 자백

3일 오전 실내사격장에 침입해 여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과 실탄을 빼앗아 달아난 홍모(29)씨가 이날 오후 검거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부산의 실내사격장에서 여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과 실탄을 훔쳐 달아났다가 검거된 홍모(29) 씨는 자살이 아니라 우체국 현금을 털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홍 씨는 당초 범행 동기에 대해 "사업 실패로 자살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4일 부산진경찰서는 전날 오후 검거한 홍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해 홍 씨로부터 우체국을 털려고 권총과 실탄을 훔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홍 씨는 2년 간 미용실을 운영하며 3,000만 원의 빚을 졌고, 선배(30)와 고깃집을 개업하기 위해 추가로 3,000만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돈이 없어 범행을 계획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투자하기로 한 3,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이달 2일까지 구하지 못하면 선배의 투자금까지 날릴 수밖에 없었다. 홍 씨는 친구들에게 연락해 "1,000만 원을 꿔주면 이자까지 갚겠다"고 사정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후 선배의 투자금까지 날리게 된 것에 크게 상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공범 없이 혼자 범행했으며, 훔친 총과 실탄으로 2차 범죄를 저지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범행 20여 일 전부터 평소 택배를 부치려 방문했던 해운대구 좌동의 우체국을 유심히 관찰했다. 홍 씨는 이 우체국이 청원경찰이 없고 경비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고 판단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은행 강도' 등의 단어를 검색해 범행 정보를 수집한 뒤 해운대 근처 시장에서 주방용 칼을 훔치고 인터넷 검색으로 실내사격장 위치를 확인한 후 본격적인 범행 준비에 나섰다.

홍 씨는 지난 1일 낮에도 흉기를 품은 채 해당 사격장에 갔었지만 남자 직원 등 2명이 있어 범행을 포기했다. 이틀 뒤인 3일 오전 9시 20분쯤 우체국을 털 때 얼굴을 가릴 도구와 흉기를 챙겨 사격장에 들어간 홍 씨는 10발씩 두 번 쏜 뒤 여주인 전모(46)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후 45구경 권총과 실탄 19발을 훔쳐 달아났다.

이어 미리 봐둔 사격장 후문으로 빠져나가 옷을 갈아입고 비니(두건처럼 머리에 딱 달라붙게 뒤집어 쓰는 모자) 등 범행 도구가 든 가방을 버렸다. 하지만 홍 씨는 우체국 강도 범행을 실행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사격장 업주를 찌른 데 대한 불안감과 경찰의 신속한 공개 수사 전환으로 인상착의가 언론에 노출된 뒤 동업하려 했던 선배로부터 "이거 너 아니제(아니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강도 실행을 주저하게 됐다.

결국 그는 서면 사격장을 빠져나와 골목과 약국, 대로변을 활보하며 3시간여를 걷다가 수영구 부산지방병무청에서 택시를 타고 해운대 송정동에서 내린 뒤 다시 택시를 타고 기장군 일광으로 이동하다가 오후 1시 35분쯤 기장군 청강사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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