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19회 진행되는 동안 1956명만이 북한 가족과 일시적 만남

"한 분이라도 만나는 게 중요하지만 상봉 행사는 보여주기식 이벤트 그쳐"

명단 교환·생사 확인→서신 교환·상호 방문 →자유의사 재결합이 근본 해법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은 전체 이산가족 명단 교환과 생사 확인, 서신 교환과 상호 방문, 자유의사에 따른 가족 재결합 등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인터뷰·정리=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이상철(64) 일천만이산가족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상봉 행사가 19차례 진행되는 동안 100만 여명으로 추정되는 생존 이산가족 1세들 중 상봉희망자의 1.5%인 1,956명만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일시적으로 만났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20∼26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서도 “상봉 신청자 6만 6,000여 명 중 단 100명이 가족을 만나게 됐다”며 “이는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라고 말했다. 한 분이라도 살아생전에 가족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의 상봉은 극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시적 상봉에 그쳤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상봉 행사 정례화를 통해 매달 100명이 가족을 만나더라도 이번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6만 6,000여 명의 만남이 전부 성사되려면 55년이 걸려 정례적 상봉 행사 또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전체 이산가족의 명단을 교환하고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들이 서로 서신을 주고받거나 방문하는 등 인적 소통의 물꼬를 트고, 나아가 자유의사에 따라 재결합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인적 교류가 평화통일의 바탕을 다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 1년 8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된다. 북한이 내달 초 노동당 창건 70년을 맞아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의 도발을 할 경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지금 이 시간에도 100명의 상봉 대기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해놓고 정치군사적인 경색 때문에 상봉이 성사되지 못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북한이 한 달을 채 안 남겨 놓고 군사적 도발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극적으로 재개된 만큼 차질 없이 잘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

- 현재 생존 이산가족이 얼마나 되는가.
“2000년 첫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신청자가 12만 9,000여 명이었다. 그리고 15년 만에 신청자는 6만 6,000여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는 이산가족 전체 통계라고 할 수 없다.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상봉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북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당시 월남하신 분들을 100만 명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들의 8촌 친척까지를 이산가족으로 볼 경우 그 수가 현재 85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모두 추정치다.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정확하게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내달 이산가족 상봉 규모가 남북한 각각 100명에 그친 것은 너무 작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이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82%가 70세 이상의 고령자이기 때문에 단 한 분이라도 가족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보여주기식의 일시적 이벤트밖에 되지 않는다. 상봉 행사를 정례화해 매달 100명이 가족을 만나더라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6만 6,000여 명의 만남이 전부 성사되려면 5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이산가족이 만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되고, 이산가족 문제가 무언가 해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 그렇다면 이산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가 오랜 시간 전면적 생사 확인을 주장해왔는데, 다행히 지난 8·15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이산가족 전체 명단 교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북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금수산태양궁전을 지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묘지를 조성한 효심을 백성들의 부모에게도 발휘해 민족적 효심 차원에서 이산가족 전체 명단 교환 제안에 하루빨리 동의해주었으면 좋겠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 전체 이산가족 명단 교환과 생사 확인이 이뤄진다면 그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
“서신 교환과 상호 방문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자유의사에 따라 이산가족이 재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이들의 인적 소통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산가족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를 정부와 적십자사에만 맡기지 말고 이산가족 스스로가 풀어보자는 의미에서 제정한 ‘이산가족의 날’이 34년째를 맞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안보 의식 함양을 위해 이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 또 독일의 베를린 장벽처럼 임진각 등에 분단으로 인한 비애를 나타내는 분단의 상징물을 개발해 국제적인 안보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 이번 추석 때 이산가족 성묘 방북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들과 함께 1차로 경기도 개성을 방문할 예정이다. 실향민 30명과 가족·수행원 등 100여 명이 출발한다. 실향민들의 간절한 소망은 고향 땅을 한 번이라도 밟고 성묘하는 것이다. 남북 당국의 협의나 합의는 없었고, 민간 차원의 방북이다. 지난 5월 노벨 평화상 수상자 등 국제여성운동단체 회원들이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고 판문점을 거쳐 남한에 입국하기도 했다. 우리도 성묘 방북을 통해 실향민들의 마음과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1차로 개성 성묘 방북에 성공하면 앞으로 평양, 함경남도 함흥, 황해도 사리원, 강원도 통천 등 총 7개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장 프로필
이산가족 2세. 한국전쟁 전에 월남한 황해도 평산 출신의 부모 밑에서 부산 피난 중 태어났다. 헤어진 가족들을 잊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라 1980년대 초 이북도민 청년연합회장을 지낸 것을 시작으로 이산가족과 탈북민 지원 활동에 몸을 담게 됐다. 2007년부터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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