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이어 추억의 '종이접기 아저씨'에 폭발적 호응

모바일 게임 홍수 속 레트로 게임 카페도 등장

'옛날통닭' 전문 치킨 브랜드도 생겨나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 사진=MBC 방송 캡처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백종원의 방송이 '너도 할 수 있다'라면 김영만의 방송은 '너도 한 적이 있다' 였다."

지난달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 등장 이후 한 네티즌이 방송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은 말이다. 당시 방송에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원장은 1990년대 유명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종이접기를 그대로 재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앞서 해당 어린이 프로그램 방송 당시 어린 아이였던 지금의 20~3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이 나왔다. 단 한 번의 방송으로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관련 글이 도배되고, 종이접기 책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복고 트렌드, 방송·게임타고 '훨훨'

지난해 말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코너가 방송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던 복고 열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방송과 게임, 식품, 패션 등 복고 열풍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방송 등 대중문화 프로그램에서 복고 트렌드의 인기는 두드러진다. 실제 김영만 원장의 방송 이후 온라인 쇼핑사이트 옥션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21일까지 색종이·색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배(243%↑)로 급증했다. 예스24는 지난달 17일부터 '종이접기 도서 기획전'을 진행 중인데, 누적 판매량이 1,400여 권을 돌파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최근 높아진 종이접기 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자사 홈페이지에 '어른이 된 코딱지들을 위한 종이접기 추억 여행'이라는 콘텐츠를 게재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김영만 원장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은 90년대 어린이들의 '그림 선생님'으로 통했던 김충원아트스쿨 대표와도 새롭게 녹화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복고 콘텐츠를 활용한 방송 프로그램은 최근 꾸준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MBC는 90년대 방송된 명작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이 오랜만에 다시 모이는 ‘동창회’ 콘셉트의 파일럿 프로그램 '어게인'을 선보였고, 최근 90년대 방송된 '경찰청 사람들'의 2015년 판도 방송 중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가 출시한 '옛날통닭'. 사진=BBQ 제공

뿐만 아니라 JTBC는 지난 19일 한때 대중음악계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를 찾아 떠나는 과정을 담는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를 내놓았다. CJE&M의 경우에는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은 후속 콘텐츠 '응답하라 1988'을 준비 중이다.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로 30대에 전했던 복고 감성을 40대 이상까지 공감할 수 있도록 넓히겠다는 포부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가미된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홍수 속에서 '갤러그', '동키콩' 등 추억의 레트로(고전) 게임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서울의 한 레트로 게임 카페는 음료를 마시며 추억의 게임기와 게임팩을 이용해 볼 수 있도록 꾸며 갈수록 방문객이 늘고 있다. 특히 매장 개장 초기에는 이 카페를 찾는 이들이 주로 3040세대 마니아층이었던데 반해, 최근 들어서는 20대 커플 등으로 이용층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주 레트로 게임 카페에 방문했던 이민호(28) 씨는 "요즘 출시되는 게임들에 비해 그래픽 수준은 한참 떨어지지만 고전 게임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랜만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 간 여자친구와 추억을 나눌 수 있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과거에 인기를 누렸던 고전 PC게임들도 모바일 시장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1998년 출시된 RPG 게임 '발더스 게이트'의 모바일 버전이 스마트폰을 통해 재탄생했고, 1989년 출시된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의 리메이크 버전 '페르시아의 왕자 클래식'도 앱스토어에 등장했다. 지난 1999년 출시됐던 PC게임 '대항해시대4'의 후속작도 최근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라다빵·옛날통닭…옛 먹을거리 찾는 사람들

복고 바람은 먹을거리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8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문을 연 커피숍 프랜차이즈 ‘빽다방’은 ‘다방’이라는 이름처럼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빵과 음료 등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과거 빵집에서 팔던 감자 샐러드에 오이가 들어간 ‘사라다빵’과 커피믹스 맛이 나는 ‘원조냉커피’, 중장년층에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불량주스' 등이 인기 메뉴다.

빽다방은 지난해 2개에 불과했던 매장이 현재 165개로 늘었고, 이미 300개점까지 가맹점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다. 올해에는 점포수가 4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립식품이 최근 리뉴얼해 출시한 지난 추억의 빙과 아이스크림인 ‘아이차’. 사진=삼립식품 제공

옛날 방식대로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통째로 튀긴 닭이나 가마솥에서 튀겨낸 전통시장 통닭 등 일명 ‘옛날통닭’의 인기도 뜨겁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가 지난달 출시한 신메뉴 '옛날통닭'은 출시 2주만에 8만 5,000마리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다른 업체인 또봉이통닭은 옛날통닭이 대표 메뉴로, 15가지 메뉴 중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종합외식전문기업 놀부의 경우에는 아예 복고풍 치킨 브랜드 '놀부 옛날통닭'을 지난 5월 공식 론칭하기도 했다.

대형마트도 복고풍 메뉴를 개발해 함박웃음을 짓는 중이다. 홈플러스베이커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복고빵 상품의 1~7월 매출은 전년 대비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통단팥빵 매출은 전년 대비 352%나 신장했고, 크로켓, 단팥도넛도 전년 대비 100%이상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들어 특히 정통단팥빵, 크로켓, 소보로 등 향수를 자극하는 전통 빵류가 강세"라며 "각종 복고 콘텐츠의 흥행으로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에서도 추억의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베이커리는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최근 추억의 간식인 꽈배기를 재해석한 신제품도 내놓았다.

식품 업체들도 복고 열풍에 가세했다. 샘표는 지난 6월 ‘샘표 그때 그 추억’이란 이름으로 과거 기차역이나 시장 등에서 즐기던 추억의 국수 모습을 재현한 국수 전문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제품 패키지에는 그리운 한 때가 담긴 장면을 삽화로 삽입했다. 삼립식품은 지난 1974년 탄생한 추억의 빙과 아이스크림인 ‘아이차’를 최근 리뉴얼해 출시했고, 해태제과는 초기 디자인을 살린 ‘부라보콘 스페셜 에디션’을 지난 5월부터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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