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생태평화공원 사업비 중 DMZ 지뢰 제거 예산 205억 원

남북 군사회담서 지뢰 제거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전쟁이 끝나도 지뢰는 남는다. 현재 80여 개국에 지뢰 1억6,000만 개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역시 '지뢰 위험 국가'로 꼽힌다.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지뢰는 100만여 개로 알려졌다. 남북한 군대가 6·25 전쟁 이후 62년 동안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지상에 지뢰를 뿌리거나 땅속에 매설한 결과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북한의 지뢰 도발로 DMZ를 수색하는 장병들의 다리가 절단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되는 가운데 고위급 접촉이 타결되자 이제 남북이 당국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뢰 제거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남북 군사회담에서 지뢰 제거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대대적인 지뢰 제거 작업 움직임도 감지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하면서 지뢰 제거 문제가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해당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DMZ 일원에서 지뢰 제거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생태평화공원 사업비 가운데 DMZ 지뢰 제거 예산은 20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뢰 제거 작업을 하려면 북측과의 원활한 조율도 필요하다.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 1항을 살펴보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언급돼 자연스럽게 지뢰 제거 문제를 당국회담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남북은 지난 2000년 남북한 경의선 철도 건설에 합의하면서 남쪽 지역 공사 과정에서만 3만6,000여 발의 지뢰를 걷어낸 바 있다.

DMZ에 매설된 북한군 대인지뢰는 목함(PMD-57)· 수지재(PMN)· 강구(BBM-82)지뢰와 ATM-72 · ALM-82 대전차 지뢰 등으로 추정된다. 북한 지뢰는 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용 장비로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목재와 플라스틱 등 비금속 지뢰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지뢰는 DMZ 수색로뿐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측이 매설한 지뢰도 문제다. 우리 군은 남측 DMZ에서 지뢰 탐지·제거 작업을 하고 미확인 지뢰 지대를 따로 구별해놓았지만 지뢰 폭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19일 만인 지난 23일에는 경기도 연천군 DMZ에서 부사관 1명이 부상했다. 우리 군의 M-14 지뢰가 터졌기 때문이다. 현재 DMZ에는 우리 군의 M-14와 M-16 대인 지뢰, M-15 대전차 지뢰가 묻혀 있다.

지뢰는 DMZ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공기지 같은 후방 지역 군사시설 주변에도 유사시에 대비해 매설했다. 호우나 산사태가 발생하면 유실되기도 한다. 때문에 군사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민간인이 지뢰를 밟는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전쟁은 평화협정을 맺으면 끝나지만, 이처럼 지뢰는 고요한 평화를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자'다. 지난 2010년 7월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사미천에서 주민 2명이 북한의 목함지뢰를 거둬가는 과정에서 터져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엔 산하 국제대인지뢰금지운동(ICBL) 한국지부인 '평화나눔회'는 6·25 전쟁 이후 지뢰 피해 민간인은 총 462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4월 민간인 지뢰 폭발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골자로 하는 '지뢰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들어가 피해 신청을 받고 있다. 이달 25일 기준으로 국방부 '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가 접수한 지뢰 폭발 사고 피해 사례는 모두 215건에 이른다. 지뢰 제거와 매설 금지를 목표로 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협약)에 16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남북은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남북이 대인지뢰금지협약부터 빨리 가입해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공동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평화나눔회 관계자는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군대의 인력으로 제거할 수 있는 지뢰가 매년 500개 정도"라며 "이렇게 했을 경우 지뢰 제거에 489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지만 아마 실제로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의 공동 작업도 중요하지만 몇 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인 지뢰제거입법이 조속히 통과돼 남한 민간 업체 등이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인균 국방자주네트워크 대표도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지뢰 제거 작업에 외부 인력을 투입해야만 그 기간이 훨씬 단축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특히 "남북 군사회담에서 지뢰 제거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올라오는 건 좋지만 양측 모두 각자 지역에 묻힌 지뢰를 제거한다는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만 일방적으로 지뢰를 제거할 경우 군사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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