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3년 연평균 위조상품 규모 5조 2,000억원

동대문 '노타' 집중 단속으로 진열판매 행위는 줄고 있어

동대문 시장에는 노란 천막을 친 노점들이 몰려있는 '노타'가 있다.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그냥 제가 쓰던 것 걸어둔 거라니까요!"

<데일리한국> 기자가 최근 서울 중구청 위조상품전담반 소속 특별사법경찰관들과 함께 찾은 동대문의 한 의류 상가에서 한바탕 실갱이가 벌어졌다. 단속반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매장 진열대에 걸려 있던 셔츠. 해당 셔츠에는 로고 부분을 도려낸 자국이 선명한 상표가 붙어있었다. 이어 셔츠 아랫단 부근에서 상인이 미처 떼어내지 못한 명품 의류 브랜드 톰브라운의 로고가 발견됐다. 다른 진열대에서는 브랜드 꼼데가르송의 디자인을 베낀 듯한 가디건도 나왔다. 이른바 ‘짝퉁 명품’이었다.

이내 수사관들이 모여들어 매장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자신이 입는 옷을 진열대에 걸어두었을 뿐이라고 항의했지만 곧 매장 근처의 비상구에서 250여 점의 옷 무더기가 쏟아져 나왔다. 톰브라운뿐 아니라 꼼데가르송, 발망 등 유명 의류브랜드의 위조상표가 고스란히 붙어 있는 채였다. 상표법 위반으로 단속망에 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진열대에는 정품과 외관은 비슷하지만 상표를 변형시킨 제품 몇 벌을 걸어놓고, 실제 판매 시 위조상표가 붙은 물건을 꺼내주는 수법이다.

매장 한 켠의 비상구 문을 열자 위조상표를 단 수백점의 의류가 발견됐다.

해당 상인은 일전에 이미 한 번 단속에 걸린 적이 있어 벌금 200만원을 낸 상태였다. 위조상품전담반 조덕진 팀장은 상인들이 단속에 적발되면서도 또다시 일명 '짝퉁'(위조상품)을 파는 이유에 대해 "판매 수익에 비해 벌금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압수 물량이나 매장 면적 등을 따져 벌금을 정하는데 보통 100만~300만 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도 3일 기획 단속을 통해 명품 위조상품 판매업자 22명을 적발해 형사 입건했다. 이번 단속에서는 위조상품 업소가 강남 전 지역에 골고루 분포된 점도 확인됐다. 대치동 7곳, 도곡동 6곳, 역삼동 3곳, 논현 삼성동 각 2곳, 압구정동 개포동 각 1곳 등이었다.

압수된 위조상품은 액세서리 637개, 가방 200개, 의류 81개, 신발 46개, 지갑 43개, 시계 18개였다. 정품으로 환산하면 16억1,300만원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상표 별로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구찌 보태가베네타 등 고가 유명 브랜드가 주류였다. 강남구는 적발된 판매업자 22명을 상표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주로 동대문 시장과 남대문 시장, 이태원에서 위조상품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위조상품의 지하경제 규모 및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3년까지 국내에 유입된 위조 상품 규모는 실제 유통가액 기준으로 연평균 5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정품가액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연평균 26조 2,000억원 수준이다. 실제 적발 현황을 봐도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국내에 유입된 위조상품은 2011∼2013년 연평균 약 7,548억원 어치가 적발됐다.

특히 서울 중구의 경우 지난 몇 년 새 명동과 동대문, 남대문 시장 등 관광특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짝퉁’을 판매하는 상가 및 노점 상인들이 더욱 늘어났다. 동대문 시장의 경우는 새벽마다 지방 상인들이 올라와 물건을 대량으로 사가는 곳이기 때문에 짝퉁 제품이 전국에 퍼질 수도 있다. 이에 중구청은 지난해 2월부터 위조상품을 단속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주3~4회가량 단속을 벌이고 있다. 남대문 시장은 노점들이 저녁 8~9시쯤 철수하고 명동은 밤 10시까지 운영되지만, 동대문은 시장이 밤 10시 30분쯤 활기를 띄기 시작해 새벽 3시가량 끝나기 때문에 새벽시간까지 단속이 이어진다. 지난 2월에는 주말도 빼놓지 않고 특별 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실제 노점에서 짝퉁 상품을 대놓고 진열해 파는 행위는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단속반의 조덕진 팀장은 "동대문에는 700~800개가량의 노점이 몰려있는 노타(노란 천막을 씌운 노점과 동대문 유명 쇼핑몰 두타를 합친 은어)가 있다"면서 "몇 년 전만해도 이중 80%가량의 점포가 상표를 위조한 상품을 버젓이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었지만,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최근에는 그러한 행위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대문 짝퉁 시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단속이 자주 있어 동대문 상인들이 짝퉁 진열 판매는 거의 안하는 것 같더라"는 등의 글이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날 강남구 적발 현황처럼 여전히 ‘짝퉁’ 제조 및 판매는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에서 자라나고 있다. 당국의 보다 세심하고 주기적인 단속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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