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건물에서 추락해 숨져...중국 당국, 자살 여부 등 조사

"수습 과정서 압박감 호소"...쓰려다 만 메모지에 큰 물음표만

사진=YTN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중국 연수 공무원의 버스 사고 수습을 위해 중국 현지에 파견된 최두영(55) 지방행정연수원장이 5일 숨진 채 발견됐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홍콩성호텔 보안 요원이 이날 오전 2시50분쯤 최 원장이 호텔 건물 외부 지상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최 원장은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오전 3시36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안시정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13분쯤 지안시 개발구파출소로 모 호텔 4층에서 남성 1명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며, 병원 구급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추락한 남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최 원장이 호텔 객실에서 떨어져 숨졌다"면서 "추락 원인이 투신인지 실족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자살 여부를 포함해 최 원장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 원장의 사망 원인에 대해 현지수습팀과 함께 현지에 파견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은 타살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원장은 사고 이튿날인 이달 2일 정재근 행자부 차관과 함께 출국해 현지에서 사고 수습 활동을 해왔다. 그는 현지수습팀의 일원으로 버스사고 사망자 10명의 유족과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조율하면서 안타까움과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수습팀 관계자는 최 원장이 "호텔 4층 자신의 객실에서 추락한 것으로 안다"며 "같은 객실에 투숙하는 수습팀 직원이 새벽에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추락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원장이 시신을 국내에 운구할 것을 요구하는 가족측과 화장을 권하는 중국 당국의 틈에 낀 탓인지 어제부터 다소 피로한 기색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선양 영사관 관계자는 "숨진 최 원장이 자신에게 쏠리는 비난 등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듯했다"며 "지안에 온 뒤 초췌한 기색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최 원장이 무언가를 쓰려다가 그만둔 듯한 메모지가 발견됐다. 사고수습팀에 따르면 최 원장이 투숙했던 호텔 4층 객실을 현지 공안(경찰)이 수색한 결과, 객실 내부 탁자 위에 볼펜 자국이 남은 메모지가 발견됐다.

그러나 최 원장은 메모지 한 귀퉁이에 큰 물음표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수습팀 관계자는 "현장감식에 투입된 중국 공안이 '메모지에 물음표 하나 외에 다른 내용을 보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사고수습팀 관계자는 "최 원장이 사망·부상자들을 현지에 보낸 연수원 최고책임자로서 여러 힘든 점이 있었던 만큼 자신의 심리적 압박을 기록하려 한 듯 하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원장의 마지막 흔적이지만 의미를 알기 어렵다"며 "업무에 관련된 내용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정확한 의미 해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서는 아직 찾지 못했으며, 중국 당국과 협조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중국에서 버스 사고를 당한 지방공무원 일행 148명 중 143명은 전북 완주 소재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중견리더 과정에 참여하던 교육생들이다.

강원 평창 출신인 최 원장은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내무부로 공직에 입문한 뒤 행정자치부 주민과장, 행정안전부 정책기획관, 강원도 행정부지사 등을 거쳐 올해 1월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2006년에는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공직자로서의 뛰어난 역량과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품으로 주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슬하에 아들 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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