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노조규약 개정 정부 요구 수용 불가 입장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 노조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고법이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28일 합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교조 창립 26년만에 최대 위기란 시각도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정부가 전교조에 '법외 노조'를 통보한 근거가 되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지만 헌재의 이번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어서 전교조의 행로에 잔뜩 먹구름이 드리웠다. 전교조는 26년 전인 1989년 5월 28일 참교육 실현과 사립학교 민주화라는 기치 아래 결성됐다. 우여곡절 끝에 10년 만인 1999년 합법노조의 지위를 공인받았으나, 다시 법외노조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될 위기를 맞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노조규약을 개정하라고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시정명령을 내린뒤 전교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13년 10월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노조규약이 교원노조법 2조를 어겼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헌재는 이날 결정과 관련 "해고된 교원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 중인 교원노조의 법률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법원의 판단 영역이라는 점도 밝혔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한 재량의 범위에 있는지는 법원 판단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가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법외노조가 될지는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결과에 달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가 노조규약을 개정함으로써 소송과 무관하게 합법노조 지위를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교조의 일관된 입장으로 볼 때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교조는 지난 2013년 10월 조합원 총투표에서 68.59%의 높은 찬성률로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의한 바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 지도부가 과거 조합원 총의로 결정된 사안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전교조는 이날 헌재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전교조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노동악법을 철폐하고 노동 3권을 쟁취해 합법 지위를 되찾고 말겠다"고 밝혔다. '해직자 조합원 배제'를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전교조는 "결정문을 정밀하게 분석해 오는 6월 1일 더 분명한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교조 지도부는 일단 여론과 국회 논의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국회 투쟁과 시민사회·국제단체 등과의 연대 등 외곽 투쟁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정부가 헌재 판결을 발판으로 대 전교조 압박을 강화하면 전교조는 더욱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달 24일 집단 연가투쟁에 참여한 교사들을 전원 징계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헌재 판결을 근거로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전교조가 패소가 확정되면 노조 전임자 복귀 명령과 더불어 사무실 임대 보증금, 각종 교육지원금 등의 중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가 법외노조의 길을 가게 되면 전교조로서는 조합원을 끌어모을 동력이 더 약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돼온 정부의 강한 압박 정책과 지도부의 정치투쟁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교사들이 이탈해 전교조 조합원 수는 2005년 9만900여명에서 현재 5만3,000여명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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