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판결 예상한 듯 빠른 환복과 이동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석방 패션.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집행유예 선고 30여분 만에 법원 건물에서 나왔다. 일반적으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구속 피속인이 선고 직후 구치소로 이송돼 짐을 챙기고 다른 수감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과 달리 조 전 부사장은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즉시 법원을 빠져나왔다. 미리 집행유예 판결을 예상한 듯 했다.

옥색수의에 흰 운동화를 신고 있던 조 전 부사장은 선고 직후 올블랙 '석방 패션'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검정 카디건과 바지까지 검은색으로 갈아입은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기자들의 질문을 묵묵히 들었다. 대답은 없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화장기가 없는 민낯에 가까웠지만 풀었던 머리는 질끈 묶었다. 짧은 앞머리가 빠져나온 것 빼고는 잔머리 한 올까지 귀에 꽂아 깔끔하게 넘겼다. 구두도 전혀 장식이 없었고 머리끈도 검은색 고무줄이었다.

다만 모든 장신구를 배제했던 법원 출두 모습과 달리 고동색 뿔테 안경과 팔찌를 착용했다. 사건 이전 조 전 부사장의 평소 사복 패션을 보면 무채색 의상에 화려한 귀걸이나 목걸이, 독특한 색상의 머플러로 눈길을 끄는 것을 즐겼다. 이날 착용한 팔찌는 천주교 묵주팔찌로 보였다. 빨간색과 하얀색 구슬에 금속장식이 더해져 블랙 패션과 대비돼 더욱 눈에 띄었다. 카디건 밖으로 나온 블라우스의 커다란 리본도 돋보였다.

사건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그가 입은 의상에 네티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몇 차례 공개된 의상에 '조현아의 출두용 반성 패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가 착용했던 목도리나 코트가 고가의 명품 제품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아예 논란 거리를 불식하자는 차원에서 그는 최소한의 옷으로 취재진 앞에 섰고 이번에도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조 전 부사장이 법원 지하 출입구로 걸어 나오면서 취재진과 회사 측 관계자가 10여 분간 몸싸움을 벌이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을 막아선 취재진 앞에서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피고인을 대신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상고 여부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은 뉴욕을 떠나려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날 2심에서는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