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로비 의혹·비밀장부 존재 여부 관련 "아는 바 없다"

경남기업 측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포착… 단서 확보

YTN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핵심 최측근으로 분류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되는 첫 핵심 참고인이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을 담은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관한 사실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경남기업 측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하고 3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초 이날 오전 출석하기로 한 박 전 상무는 예정보다 늦은 낮 12시25분쯤 검찰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변호인을 대동하고 오느라 예정된 시간보다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상무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들에게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과 관련 “생전에 특별히 한 말은 없었다”거나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고 목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비밀 장부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 일부 임원과 변호인을 만나 나눴다는 '대책회의'에서도 “영장실질심사를 대비하는 내용 외에는 별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경남기업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고, 금품수수 의혹 당사자로부터 회유성 전화를 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 속 인물 외에 다른 인물의 금품수수 의혹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는 성 전 회장과 얘기를 나눈 게 없다"고 언급했다. 박 전 상무는 다만 성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가족 이야기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낸 윤모(52)씨를 통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2011년 1억원을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의 생전 주장과 관련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그간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인 지난 7일 성 전 회장과 함께 윤씨의 병실을 함께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 지사와 관련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박 전 상무는 1997∼1998년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비서로 근무하는 등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열려져 있다.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한 이후 최근까지는 성 전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의 정치 행보를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박 전 상무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혔다. 이에 특별수사팀은 박 전 상무가 진술한 내용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한편 그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박 전 상무의 경기도 고양시 자택의 CCTV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은 지난 9일을 전후해 박 전 상무의 자택 출입 상황과 방문자 등에 관한 정보를 담은 CCTV 녹화기록 등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검찰은 이날 경남기업을 또다시 압수수색했다. 이번이 3번째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경남기업 사무실 내 일부 부서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회의록 등을 확보하고,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CCTV에 담긴 녹화자료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앞서 경남기업 측이 지난달 18일과 지난 15일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CCTV 녹화파일의 상당부분이 지워졌거나 애초부터 녹화 자체가 안 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경남기업 측이 내부 자료를 빼돌린 건 아닌지 증거 인멸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건 아닌지에 대한 추가 수사에 돌입, 이 같은 정황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수사팀은 전날 회사 총무팀 실무 직원 4~5명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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