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와 여러 경로로 접촉 시도…회유·압박 가한 듯

이 총리 측근, 기자 사칭해 MBN과 인터뷰했다는 보도도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진=최신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측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만났다고 진술한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 윤모씨에게 회유와 압박을 가한 정황이 20일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총리의 측근이 기자를 사칭해 성 전 회장과 관련, 종합편성채널 MBN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은 한층 더 가열되는 양상이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은 컴퓨터 파일 삭제는 물론 증인 회유도 증거 인멸로 보고 엄격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리 측은 성 전 회장과 단독으로 만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윤씨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4일 부여 사무소로 이 총리를 모시고 갔고, 거기에 미리 와 있던 성 전 회장의 비서를 만났으며,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단독으로 만난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이 총리 측은 "윤씨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리겠다면서 1억원을 요구했다", "윤씨가 운전기사를 관둔 후 공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했는데, 운전기사 3개월 경력으로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민원이었다"는 등 윤씨가 다른 불순한 의도로 '진술'을 했다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앞서 이 총리 측 김모 비서관은 지난 15일 윤씨에게 전화해 "2013년 4월 4일에 충남도청 개청식에 갔다가 청양사무소에 들렀지 않았냐"며 진술을 번복하는 짜 맞추기를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곧바로 부여 사무소로 갔다"고 하자 반복해서 청양으로 가지 않았느냐며 제대로 기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윤씨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리자 이를 녹취해 "윤씨가 '성완종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고 언론에 전했다.

또한 이 총리 측은 김 비서관이 언론에 노출되자 여직원을 통해 윤씨가 아닌 윤씨의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는, 제3자끼리 접촉을 시도한 신종 기법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국회의원 부여사무소 여직원은 최근 윤씨의 친구를 통해 "화해하고 과거의 관계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장문의 문자를 윤씨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리 측은 윤씨가 2013년 3월부터 5월까지 운전기사를 하다 그만둔 것에 대해서도 "윤씨가 서울지리를 잘 몰라 힘들어 자진해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씨가 이 총리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어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에 윤씨는 "운전기사를 계속 하고 싶었지만, 국회의원 당선 후 이 총리 측이 다른 기사를 쓰겠다며 일방적으로 쫓아내다시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MBN이 이 총리와 가까운 기자 A씨를 출연시켜 유리한 증언을 한 인터뷰를 방송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또한차례 파문이 일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4월 4일 성 전 회장이 당시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다. 방송에서 A씨는 "충남 부여의 이완구 선거사무소 취재를 하고 있었다"면서 "성 전 회장은 선거사무소에 오지 않았고 이 후보도 오후 5시가 넘어서 현장에 왔고 현장에는 기자 10여 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말대로라면 성 전 회장이 비타 500 박스를 이용해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게 된다.

그러나 A씨는 소속 언론사에서 기자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직함만 '기자'로 알려져 사실상 이 총리의 측근으로서 유리한 증언을 하기 위해 방송 인터뷰에 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