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물 분석·성 전 회장 과거 동선 파악 등 마무리 수순

수행비서 이씨·박 전 상무·한 부사장·윤 전 부사장 등 측근 주목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검찰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풀기 위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 7명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문무일 검사장)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 핵심 관계자 소환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5일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측근 11명의 자택 등에서 확보한 다이어리와 휴대전화,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자료 등에 대한 압수물 분석이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성 전 회장의 차량에서 확보한 하이패스와 내비게이션 등을 활용해 성 전 회장의 과거 동선을 파악하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20일부터 본격적인 소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며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이후 소환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 6~7명을 눈여겨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모(43)씨와 회사 홍보업무를 총괄한 박준호(49) 전 상무를 비롯한 경남기업의 전·현직 임직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압수수색 대상에도 포함되며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인물들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핵심 인물은 수행비서 이씨다. 이씨는 성 전 회장의 생전 행적을 가장 잘 아는 '복심' 같은 인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경남기업에 입사한 그는 경남기업 팀장 출신으로 성 전 회장의 일정을 거의 모두 함께 소화하며 수행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씨는 2012년 성 전 회장이 충남 서산·태안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할 때도 수석보좌관을 맡아 국회에 따라갔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에는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성 전 회장의 주요 일정을 관리했다. 이씨는 이달 3일 경남기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을 때도 그의 옆을 지켰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전날 이씨를 불러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건네 받았다. 때문에 당시 이씨가 제출한 자료 안에 의혹의 실타래를 풀어줄 수사 단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박 전 상무는 경남기업의 홍보 업무를 총괄하며 사실상 회사의 '입' 역할을 했다. 그는 젊은 시절 국회의원실 보좌관 등으로 일하다가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했고 정무 감각이 뛰어나 성 전 회장이 그에게 모든 일을 믿고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경남기업 계열사인 온양관광호텔 대표를 맡고 있다. 수사팀이 박 전 상무를 주목하는 보다 큰 이유는 그가 성 전 회장의 대외·홍보 활동을 전담한 만큼 정관계 인사와의 만남이나 금품 로비 등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의 행적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날인 8일 수행비서 이씨 및 변호인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성 전 회장 사망 후에는 장례 절차에 대한 기자회견도 맡았다.

경남기업의 재무 업무를 총괄해온 한모(50) 부사장도 우선 소환 대상이다. 한 부사장은 성 전 회장 사망 전 경남기업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에 한두 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수사팀은 그가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경남기업 전도금(본사에서 건설 현장에 보내는 지원금) 32억원의 용처는 물론 경남기업의 수상한 돈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 전 회장에 불리한 진술을 해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수사팀은 한 부사장을 설득해 의혹의 실체에 접근할 진술을 받아내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사장과 함께 재무 업무를 담당한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이 2011년 5∼6월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줬다는 주장을 펼 때 배달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때문에 홍 지사가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이 될 경우 가장 먼저 소환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수사팀은 이밖에도 수행비서 이씨와 함께 '성완종 의원실'에서 각각 보좌관과 비서관으로 지낸 정모 부장, 수행비서 금모씨, 성 전 회장 사망 때 유서를 처음 발견한 전속 운전기사 여모씨 등도 1차 소환 대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여씨의 경우 2012년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선거 출마 당시 지역 유세 활동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는 ‘2013년 4월 충남 부여ㆍ청양 재선거에 출마했던 이완구 총리의 선거사무실을 찾아 3,000만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 인물로 볼 수 있다.

수사팀은 압수물과 이들이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성완종 리스트' 당사자들 가운데 금품 수수 정황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 인물을 우선 수사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이 총리와 홍 지사의 선거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우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무엇보다 압수물 분석에 공을 들였다”면서 “최대한 객관적 자료를 모아 관련자들을 상대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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