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의 가정집 대문 앞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데일리한국 김민아 인턴기자]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코스’로 꼽히는 곳 중 하나가 북촌 한옥마을이다. 그런데 이곳 북촌 한옥마을이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소음은 물론 여기저기 버려지는 쓰레기 등 이른바 '무 매너' 관광객들때문이다.

12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있는 북촌 한옥마을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맑은 날씨에 산책을 나온 가족부터 데이트하러 나온 연인, 커다란 배낭을 멘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북촌 거리를 가득 메웠다. 서울시에 따르면 북촌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의 수는 2006년 1만4,000명, 2007년 3만 명, 2008년 6만4,000명 2009년 9만4,000여 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어났으며 2010년에는 20만여 명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관광객 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2006년에는 4,000 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무려 8만 명에 달했다. 실제 2012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관광마케팅㈜의 ‘도보 관광 희망코스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북촌한옥마을을 ‘가장 가보고 싶은 코스’로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25.3%로 가장 높았을 정도다.

하지만 늘어난 관광객만큼 북촌 주민들의 피해 역시 커지고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골목에서 큰 소리로 떠들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부모와 함께 놀러 온 어린아이들은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기 일쑤다.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다 마시면 남의 집 대문 앞에 버젓이 버리고 가는 행위도 자주 목격됐다.

이에 골목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니 조용히 관광해달라'는 요청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내걸렸고 한옥마을 지도가 담긴 안내 팜플릿에도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이같은 당부 문구가 쓰여 있지만 이들 '무매너' 관광객들을 진정시키기엔 별 효과가 없다.

북촌한옥마을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촌에서 슈퍼를 운영 중인 김모 씨는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북촌에 사는 주민으로서는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면서 “2~3년 전부터 관광객이 급증했는데 그 이후로 소음 때문에 골치 아프고, 쓰레기도 마구 버리고 가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인 김모(77) 씨도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김씨는 “32년째 가회동에 거주 중인데 주말 마다 관광객들 때문에 너무 시끄럽다”라며 “관광객들이 늘어도 직접적으로 동네 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민원을 제기하려고 해도 잘 해결되지 않아서 아예 제기하지도 않는다”라며 “관광객들인데 어찌하겠느냐”고 말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주민들이 해법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2012년 4월부터 ‘침묵 관광’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주민들이 사는 곳에서는 문화 해설사가 관광객에게 설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관광객에게도 큰 소리를 내지 말아 달라고 주의를 시키고 있다. 또 조용한 관광 문화를 만들자는 ‘정숙 관광 캠페인’도 진행하기 위해 이 지역 노인들로 구성된 '북촌 행복여행 지킴이'들이 관광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 에티켓이 적힌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종로구 역시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 줄이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종로구는 ‘사람이 사는 한옥마을’이라 북촌이 더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며 ‘조용한 관광’을 제안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북촌이 지금 처한 문제점을 알고 조용한 관광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 동영상을 제작했다. 구는 이 동영상을 북촌을 방문하는 학교와 여행사, 관련 단체에 사전 교육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민 이모(47)씨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관광 행태가 선진화 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조용한 관광 캠페인을 벌여 이 정도라도 되는 것"이라며 "정부나 업계에서 정숙한 관광 분위기 조성을 위해 보다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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