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술집에서 종업원과 술값 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한 대 맞자 직접 112에 신고한 A씨. A씨는 폭행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려다 경찰관에게 저지당했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다음날 다시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귀가조처를 했다. 이때 A씨는 "새X들"이라고 중얼거렸는데, 이를 들은 경찰관이 A씨를 모욕죄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9일 경찰청장에게 경찰 모욕죄 현행범 체포로 인한 적법 절차 위반 및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권고하면서 예시로 들었던 사례다.

경찰청은 8일 최근 경찰의 모욕죄 적용과 관련한 각계의 지적을 반영,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강화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경찰관에 대한 모욕죄 처리절차 개선 방안'을 마련해 일선 경찰서에 내려 보냈다. 이에 따르면 경찰관을 모욕한 행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경우다. 하나는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는 등 모욕 행위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고, 두 번째는 현장 목격자를 확보하기 여의치 않는 등 증거수집이 어려운 경우다. 이를 제외하고는 통상적인 모욕죄 사건과 같이 피해 경찰관이 모욕 행위자를 고소해 사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관련 판례는 현행범 체포를 헌법상 영장주의의 예외로써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관 모욕죄 사건의 경우 모욕 행위자의 인적사항을 경찰이 이미 알고 있거나 현장에 다수의 목격자들이 있어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때에도 왕왕 현행범 체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관 모욕죄로 처벌받은 건수도 2013년 1,038건에서 지난해 1,397건으로 35%나 급증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또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강화하면서 수사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 경찰관을 수사 과정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그동안 피해 경찰관이 모욕행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서 수사보고서, 현행범 체포서 등을 직접 작성하고, 모욕죄 사건의 피해자로서 동료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았다. 즉 피해자가 피의자를 수사하는 동시에 피해자 진술도 같이했던 셈이다. 경찰청은 이런 관행이 수사의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경찰서 경제팀에서 경찰관 모욕죄 사건을 처리하도록 했다.

아울러 모욕행위 현장 채증, 목격자 진술 확보 등 증거자료 수집을 통해 최대한 수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게 했다. 경찰청은 또 모욕죄에 대해서 민사소송을 적극 검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단, 민사소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제기하고 소송 실익이 낮거나 경미한 피해에 대해서는 소송을 삼가며 피해 정도에 비례해 배상을 청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경찰청의 이 같은 방침은 체포의 적법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해 인권침해 논란을 불식시키면서도 당당히 법집행을 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경찰관 모욕죄를 경찰관 개개인에 대한 모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공권력 존중 문제로 보면 공권력 경시 풍조를 더욱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가령 현재 심야시간대의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 업무는 취객 처리에 관련되어 있다. 일명 음주소란자인데, 이들 태반은 다짜고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잦다. 오죽하면 경찰관들 사이에서 ‘칼 든 조폭보다 주취자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사회적으로 음주 문화에 관대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들의 행위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선 현행범으로 체포, 중죄로 처벌받는 일이다. 일선 경찰들은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조롱하거나 비하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을 대처할 합리적인 대안이 없고, 이들에 대한 대처를 소극적으로 할 경우 공권력이 경시되고 경찰력이 낭비된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이에 경찰의 권위를 인정해야한다는 사회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권력 경시 풍조가 확대되면 사회 질서 체제 유지에 역행해 결국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경찰 또한 모욕죄 적용에 앞서 그간 비판을 받아온 과도한 물리력 행사나 미비한 체포요건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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