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지역 농가들 "당장 씻고, 마실 물도 없다"

기상청 "5월까지 물 부족 사태 계속될 것"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 지방이 최악의 가뭄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누적 강수량이 기상 당국이 집계를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따라 농민들의 가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안보1리에서 논농사를 짓는 손모(54) 씨는 한창 농사 준비를 위해 논을 갈아야 하지만 40여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바짝 메마른 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손 씨는 "계곡물이 말라붙고 있어서 사실 올해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봐도 된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렵게 모내기를 마친다고 해도 모내기 한 뒤에 비가 안 오면 모가 타 죽는다"고 설명했다.

춘천시 서면 당림1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송모(58) 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수 물을 퍼서 농작물에 뿌려야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아 제때 수분 공급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용수는커녕 당장 씻고 마실 물도 없어서 시에서 나와 물탱크에 물을 채워넣고 있는 상황이다. 춘천시 서면의 안보1리·2리, 당림1리·2리, 덕두원1리 등 5개 마을의 400여 농가는 올해 농사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강원 영서 지방과 경기, 인천 등이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마시는 물도 부족해 관청이나 소방서에서 물을 지원받는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강원 춘천을 비롯해 경기 가평, 인천 소연평 지역 등 총 16개 마을 1,784 가구를 대상으로 비상 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속초 지역 강수량은 평년 38.2㎜ 수준의 0.5%에 불과한 0.2㎜에 그쳤다. 가뭄이 심하다 보니 한강 수계다목적댐들의 용수도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비교적 물이 풍부했던 한강 수계에도 심각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30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의 수위는 만수위인 193.5m보다 무려 36m가량 낮은 157m 정도로 지난 1월 162m에서 불과 50여 일 만에 5m나 더 떨어졌다. 지난 1997년 156.41m까지 떨어진 이후 18년 만의 최저 수위다. 정상 용수 공급 하한선인 저수위까지 약 7m밖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횡성댐에 이어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방류량을 조정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소양강댐의 하천용수 방류량은 초당 27.8t으로 초당 35.9t에 달하던 평소보다 22.5% 감소했다.

문제는 해갈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5월까지 물 부족 사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그간 부족한 강수량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5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고, 4월에는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동해안은 겨울 강수량이 워낙 적어 봄철에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해갈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가뭄이 38년, 124년을 주기로 찾아왔다며 그 주기가 겹치는 2015년에 '대가뭄'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