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학 동아리 절주 문화 확산에 서울시 '공공장소 음주 금지' 재추진

교내 축제에서 절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절주 동아리 쏘쿨이. 사진=순천향대학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소주와 쿨하게 이별하는 방법, 쏘쿨이', '낫술(not alchol)하실래요'

이는 대학가에 '절주' 열풍이 새롭게 불면서 대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절주동아리의 이름들이다. 대학은 신입생 환영회나 MT 등 각종 행사로 술자리가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음주 사고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건전한 캠퍼스 음주 문화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기업에서도 절주 문화가 확산되자 서울시가 강력 절주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대학 내 절주 동아리는 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 육성 사업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는 80개가 넘는 절주 동아리가 운영 중이다. 순천향대 절주동아리 '쏘쿨이' 계명대학교 절주동아리 '절주연인' 등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는 명품 동아리다. 대학교 내 절주동아리는 축제 때 학생들을 상대로 과음하지 않도록 '꼴불견 주사'를 알리며 캠페인을 벌이고 음주 폐해에 대한 학칙 개정 서명운동에 나서는 활동을 벌인다.

쏘쿨이 1대 회장을 역임한 황은지씨는 "처음에는 '너네들은 술 안마시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스스로 '적당히 마시자'는 움직임이 많아졌다"면서 "후배들이 앞으로도 절주문화를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기업 역시 몇해 전부터 절주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CJ그룹은 연말 올바른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절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행동지침은 오래 마시지 않기, 오버하지 않기, 오해받을 언행 안하기, 오점 남기지 않기, 오늘은 문화회식 등 5가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세운 음주문화는 낮술 금지, 폭음 금지, 음주운전 절대금지, 주사금지 등 4가지 금지사항인 ‘4금수칙(4禁守則)’이다. 삼성그룹 역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벌주’, ‘원샷 강요’, ‘사발주’를 ‘3대악습(3대惡習)’으로 규정하고 금지사항으로 지정했다. 과도한 건배구호 제창도 지양하라는 주문도 내려졌다.

이 외에도 '119캠페인'은 여러 그룹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119’는 ‘1종류 술로 1차만 마시고 저녁 9시 이전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L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실천하고 있다. 신세계는 ‘1가지 술로 1차만, 2시간 이내에 끝내자’는 '112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절주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공원·학교 등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는 방안을 시작으로 절주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판매하는 행위 금지 △주류 광고 금지 매체 및 광고 내용 규제 확대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자체적으로 절주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건강증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이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력한 절주대책 추진에 나선 것은 서울 시민들의 음주량이 과도해 건강을 해칠 뿐더러 교통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를 야기,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2년 서울시내 공원에서 아예 음주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도 좌절되면서 공원 내 음주를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복지건강본부 건강생활팀 김유빈 주무관은 "일각에서 나온 늦은 시간까지 판매를 못 하게 하는 사항은 아직 논의된 바 없으며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제한하는 방안은 다시 검토 중"이라며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포함한 '자치구 유임' 항목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근거법이 생겨 조례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후 서울시에서 공원이나 대학교 등을 공공장소로 지정하고 절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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