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여성호르몬을 지속적으로 투약하는 트랜스젠더라면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트랜스젠더 A씨가 병무청을 상대로 낸 병역면제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05년 성주체성 장애를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5급 판정을 받고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병무청은 지난해 A씨가 속임수로 5급 판정을 받았으니 다시 신체검사를 받으라며 병역 면제 처분을 취소했다. A씨가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여성호르몬제를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지속적으로 여성으로 변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병무청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성정체성 혼란을 호소하며 1년 이상 계속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며 "별다른 장애가 없는데도 단지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상당기간 정신과 의사를 속이며 치료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성향이나 직업, 주변인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장기간 성정체성 혼란을 느껴온 것으로 보인다"며 "병역 면제만을 위해 성형 수술과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등 신체적 변화까지 꾀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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