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이' 취급 받던 소년이 알코올 중독자가 된 사연

1人 가구 시대… 홀로 술 마시는 중독자가 늘고 있다

취기로 노년 보내는 사람부터 주부 알코올 중독자까지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알코올 중독은 더 이상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작곡가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장인, 평탄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아내들이 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이들 알코올 중독자 중에는 학교 선생님도 있고 벤처 사업가에 기업 간부도 있다. 한때 잘나가던 이들의 현재 꿈은 오직 한 가지다. 지긋지긋하게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술과의 영원한 이별, 즉 단주(斷酒)다. 이들은 '한번 알코올 중독자는 영원한 알코올 중독자'라는 잠언을 가슴에 새기고 술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청소년에서 노년층, 독신자에서 주부까지 중독자들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들이 지금의 알코올 중독에 이르기까지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음주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남성 비율은 2005년에 비해 2011년 4.2%포인트 높아졌고, 여성도 5.2%포인트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고위험 음주자는 남성 26.5%, 여성 6.5%로 조사됐다. 고위험 음주란 한 번에 7잔(여성 5잔) 이상을 마시고,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들은 어쩌다 술 없이 못 버티는 지경까지 왔나

■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알코올 중독자 된 소년

벌써 알코올 문제로만 네 번째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채석(27·가명) 씨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때는 그저 쓰기만 했다. 소주 한 잔에 바로 기억을 잃었고, 그날 이후로 이 씨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가급적 술을 입에 대지 않아 '범생이'로 취급됐다. 가뜩이나 내성적인 성격에 말수까지 적어 친구들은 아예 이 씨에게 술잔조차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씨도 달라졌다. 사고 순간을 직접 지켜본 충격과 괴로움에 죽을 때까지 술을 마시고 싶었다. 그날 이 씨는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접한 술이었지만 나중에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을 떠난 친구 이야기를 할 때에야 마음도 진정됐고, 제법 어른이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계곡을 찾아 주말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호기롭게 술을 들이키는 횟수가 늘어갔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언제나 술이 있었다. 부모님이 걱정할까 싶어 평일은 피하고 주말에만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그러다 학교가 일찍 끝나는 시험 기간에는 낮에도 술에 손을 댔다. 시험 생각과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 등이 걱정이 됐다. 오히려 술을 마셔야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중·고교 6년을 보냈다.

2014년 청소년 음주자 중 38.9%가 최근 12개월 동안 음주 문제(혼자서 술을 마신 경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술을 줄이라는 충고를 들은 경험, 음주 후 자전거나 오토바이 운전, 다른 사람과 시비를 벌인 경험 등)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이 씨에게는 취기가 사라지면 온몸에 통증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술이 깨면 손 떨림이 생겼고 안절부절못하다 환청까지 들렸다. 술을 마셔야만 그런 증상이 완화됐다. 부모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챘다. 처음엔 학업 스트레스에 친구들과 어울려 가끔 한두 잔 마셨겠거니 생각했다가 나중에 문제를 인식하고 이 씨의 음주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때가 늦은 상태였다. 자주 어울리던 친구들조차 이 씨의 음주가 걱정돼 말렸다고 한다.

"술을 끊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씨는 "나도 머리로는 끊어야 된다는 걸 알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자신을 환자 취급하는 사람들이 늘어가자 이 씨는 아예 혼자 모텔을 빌려 술을 먹거나 모르는 사람들과도 어울려 술을 마셔댔다. 그럴수록 이 씨의 상태는 악화됐다. 결국 이 씨는 고교를 졸업할 무렵 알코올 중독자가 돼 있었다. 점차 술에 취하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고 폭력적으로 바뀌었다. 병원에 입원할 당시 만취한 이 씨는 부모 앞에서 소리 지르며 집 안 살림을 때려부숴 응급차(EMS)에 실려 후송되기도 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이 씨는 대학도 1년 남짓 다니다가 여러 이유에서 자퇴했다. 대학도 그만두면서 이 씨에게 남은 것은 술뿐이었다. 가족들은 이 씨가 술을 대놓고 마실 때마다 병원에 입원시켰다. 석 달이 넘지 않는 기간 동안 세 차례나 입원했지만 이 씨는 퇴원과 동시에 술집을 찾았다. 그럼에도 이 씨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에 반복 입원시키는 가족들에 대한 불만만 쌓여갔고 결국 병원에서 나오면 바로 술집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이 씨는 공익근무 중에 알코올 중독 문제가 불거져 복무를 중단하고 네 번째 입원을 했다. 아직 1년 2개월의 공익근무 기간이 남은 이 씨는 올해 초 퇴원을 앞두고 있다. 그나마 이번은 이전과 좀 달라졌다고 한다. 군 복무를 중단할 정도의 중증이란 점을 자각하면서 이러다간 영원히 사회에서 낙오될 것 같은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정말 이번만큼은 술을 끊어볼 생각이다. 술에 대한 집념을 삶에 대한 애착으로 바꿔 새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는 충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 또다시 술잔을 잡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남아 있다.

■ 1人 가구 시대… 홀로 술 마시는 중독자가 늘고 있다

차고은(59·가명) 씨는 독신 생활에 대한 연민과 외로운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술을 가까이하다 중독에 빠졌다. 친구들과 만나면 이야기의 주제는 언제나 남편과 자식이었고, 차 씨가 낄 수 있는 자리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 사이에서 차 씨의 소외감은 커져갔다. 차 씨는 "독신 생활에서 오는 고독함과 외로움, 허무함이 가슴 속에서 치고 올라올 때면 술 없이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30대 때부터 서울 청담동에서 골프용품 전문점을 비롯해 자영업 등을 하면서 술에 손을 댔다. 영업이 잘되면 기분 좋아서, 안되면 불안해서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다. 차 씨는 원래 신앙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성당을 다니며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하지만 종교적 믿음이 흔들릴 때는 마음을 주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때마다 술에 의지했다. 그러나 중독 증세라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독신의 외로움은 더 커졌다. 그러다 보니 주량은 물론 술을 찾는 횟수가 급증했다. 점차 삶이 비정상적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어 홀로 술을 사다가 집에서 마시는 일들이 반복됐다. 6년 전 위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그녀의 음주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됐다. 이미 헤어나오기 힘든 늪에 빠진 상태였다. 위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그녀는 술을 끊을 수가 없었다. 술이 깨면 혼자 집에서 해장술로 속을 달래는 식으로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 증상이 나타났다. 그때도 차 씨는 병적인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술이란 그저 삶의 괴로움을 잊게 해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술로 인해 딱히 실수한 적도 없고, 몸에 큰 이상이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차 씨는 예의 알코올 중독 환자처럼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사람을 만날 때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욕설로 받아쳤고 여차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보다 못한 친언니가 차 씨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이미 술로 인해 차 씨는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상태였다. 당시 차 씨의 체중은 38kg이었다. 165cm 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마른 상태였다. 차 씨는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간 경화로 황달이 생긴 사람이나 초점이 없는 눈동자로 복도를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까 싶어 두려워졌다. 그는 "언니가 아니었으면 나는 어쩌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진=김진욱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현재 입원 중인 차 씨는 병원 밖에서 홀로 어떻게 술 없이 살아갈지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그녀는 A.A(Alcoholics Anonymous·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삶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비슷한 사람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자신의 속마음도 털어놓으면 치유가 훨씬 빠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신의 외로움에서도 술 없이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 중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까지 9.0%에 불과했지만 2000년 15.5%, 2013년 25.9%로 늘었다. 네 가구 중에 한 가구 이상이 1인 가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세가 가장 빠르다. 전문가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음주율이 아무래도 다인 가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단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달래는 방법으로 술이 효과적이라는 사회적 통념에서다. 문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알코올에 중독될 경우 이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심각성을 알아챌 때면 그 사람은 이미 심각한 중증에 빠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 'OO 엄마, OO 남편' 정체성 잃고 허무함에… 주부 알코올 중독자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늘어나는 주부 알코올 중독이 어느새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이 나간 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한 잔 두 잔 마시던 술이 중독으로 이어진 경우다. 남편과 식당업을 하는 주부 류옥순(54·가명) 씨도 이 같은 코스를 밟았다. 류 씨는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식당에 나간다. 아이 둘을 유학 보냈기에 집에는 늘 부부만 있다. 아침 6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류 씨는 오후 8시쯤이면 저녁 영업을 위해 남편을 식당에 남겨두고 혼자 귀가한다. 저녁 장사를 책임지는 남편은 1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오고 서로 교대로 식당을 가기에 집에 있는 시간은 언제나 혼자다.

류 씨는 밤이면 찾아드는 공허함을 술로 달랬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류 씨에겐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어린 시절의 꿈은 어디로 갔나' 하는 식의 고민이 커져갔다. 그렇게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불만, 미래의 불확실성이 어우러지면서 류씨는 저녁마다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류 씨가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것은 아니었다. 소주 반 병이면 깊게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20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셔왔다. 반 병이 많은 양도 아니니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류 씨의 음주를 문제 삼지 않은 것도 술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았고, 별다른 이상 행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류 씨의 몸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어느 틈엔가 술에 취해 한 행동이 기억나지 않았다. 류 씨는 주문한 적이 없는 홈쇼핑 물건들이 집으로 배송될 때 자신의 몸 상태가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을 깨달았다. 어렴풋한 기억조차 없는데 확인해 보면 본인이 직접 주문하고 카드번호까지 불러준 것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뇨에 면역력 저하까지 나타났다.

어떤 날에는 술을 지나치게 마시다 급성 췌장염으로 정신을 잃고 3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적도 있다. 당시 생존 가능성이 50%라는 의사의 말에 외국에 있던 아들이 귀국했다. 눈을 떴을 때 아이들이 몇 살이냐는 의사의 질문에 류 씨는 네댓 살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의사들의 권유로 류 씨는 바로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으로 향했다. 류 씨는 이후 6년간은 술을 먹지 않았다.

그러다 6년 만에 알코올 중독이 재발했다. 이번엔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의 외도 사실을 접하면서다. 류 씨는 결국 다시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남편과의 관계 정리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퇴원하면 본인을 위한 시간을 많이 보낼 생각이다. 류 씨는 대학 때 즐기던 취미 생활을 다시 가져볼 계획이다. 술을 잊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또다시 술을 가까이 할까 봐 두려운 마음은 여전하다.

류 씨와 같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주부들이 알코올에 중독될 때까지는 대부분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한 잔씩 홀짝홀짝 마시던 것이 중독으로 발전된 경우가 많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우울한 감정이나 가정 내부에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술을 마시는 주부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여성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관대해지면서 별다른 이유 없이 술을 마시다 중독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족들 몰래 부엌에 술을 숨기고 마실 정도면 알코올 중독에 빠진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부들이 알코올 중독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에 있다. 내과 전문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액이 적고 체지방이 많다"면서 "알코올은 물에 녹기 때문에 동일한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혈중 알코올 농도 빨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의 간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훨씬 적고, 여성 호르몬이 남성 호르몬에 비해 훨씬 알코올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정서적으로도 술은 남성보다 여성의 심리에 훨씬 빨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술에 취하면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을 느낀다. 여성의 음주 문제는 남성보다 사회적인 비난이 높고 가족들의 충격도 크다. 아이들도 엄마의 음주 문제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이 보는 술’ 그림 그리기 대회 수상작

■ "살면 얼마나 산다고…" 취기로 노년 보내는 사람들

지난해 알코올 중독이 재발한 강순자(67·가명) 씨는 자녀 둘을 결혼시키고 남편과 같이 살고 있다. 남편이 경비 일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나면 혼자 남아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시던 술이 중독으로 이어졌다. 강 씨는 젊었을 때 술 꽤나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도대체 그놈의 술이 뭔가' 싶어서 한 잔씩 홀짝홀짝 마시며 술을 시작했다. 강 씨 또한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술을 거르지 않고 마신 탓에 이미 알코올성 치매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술을 끊기 위한 강 씨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술을 마시게 될까 일부러 밖으로 나가 발길 닿는 곳으로 돌아다녀도 봤다. 버스를 타고 다섯 번씩 환승을 하는가 하면, 종로 6가부터 광화문까지 그냥 걷기도 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결국 소주 한 병을 사서 귀가하는 것이 일과의 마무리가 됐다. '이러다 건강을 크게 해쳐 잘못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매번 머리를 스치지만 이미 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노인 알코올 중독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 후 삶이 무료할 테니 좋아하는 술 드시며 여생을 보내게 하자"고 노인 음주에 대해 방관하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년기에 지속적인 과음은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한 노인들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질뿐더러 뇌도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칫 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지거나 뇌졸중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알코올성 정신장애 60대 남성 환자 수는 583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씨는 "이제는 정말 술이 무서워졌다"고 말한다. 끊으려고 그토록 노력했는데 어쩜 이렇게 뜻대로 안 되냐는 것이다. 강 씨는 자신도 모르게 술에 손이 가기 때문에 완전히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다고 한다. 다만 "엄마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던 딸의 눈물이 눈에 아른거려서 있는 힘껏 술과 싸워볼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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