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놓고 경찰이 고민에 들어갔다. 통진당 당원 및 지지자들이 장외 집회를 잇달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5조를 적용해 단속해야 하느냐 여부에서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헌재의 해산 선고 이후 통진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모두 불법 집회가 된다. 집시법 5조 1항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같은 조 2항에서는 이런 이유로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를 선전하거나 선동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나아가 헌재 해산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도 통진당의 이념적 목적을 실현하는 집회라면 불법이라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경찰의 고민은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라는 의미가 불분명한데 있다. 실제 그간 집시법 5조를 적용한 사례도 없다. 한 경찰 관계자는 "관련 경험이 축적돼 있으면 판례나 학자들 의견을 참고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법 적용 전례가 없다"며 "법의 일반 상식을 가지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일단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정당한 비판과 법 위반 사항을 구분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진당 해산을 규탄하는 발언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비판인지, 아니면 통진당의 이념에 동의·찬양하거나 헌재 결정을 완전히 부정하는지를 가려 후자를 집시법 5조 위반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발언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집회 주체자와 참가자, 집회 목적과 내용, 집회 방법, 주요 발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방침이다. 현장 지휘관이 종합적인 고려 끝에 법 위반으로 결론을 내리면 집회 해산 명령을 내리고, 집회가 끝난 후라면 집회 주최자를 소환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자칫 과도한 집회 탄압으로 이어질 소지가 적지 않다.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법 위반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19일과 20일 집회에서 한 발언을 경찰이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 이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여는 참극을 오늘 아침 눈으로 봐야 했다"며 "진보당의 자주·민주·평등·평화,·통일 강령도, 노동자·농민·민중의 정치도 오늘 모두 금지됐다"고 헌재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20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개최된 집회에서는 "어제 통진당은 독재정권에 의해 해산당했다"며 "정권은 반대 세력을 압살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더 큰 행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는 "통진당의 존속을 요구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주장 역시 법 위반이라고 정부는 주장할 수 있다"며 "통진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흑백논리에 입각해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한 비판도 통진당 옹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