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망사고 안타까워… 출동경찰들 충격으로 트라우마 생길 것"
"절대 함정수사 아냐… 이런 방법 사용 안 하면 티켓다방 적발못해"
"함정수사로 몰고 가면 비슷한 수법의 성매매업소 늘어날 것" 우려

성매매 단속에 걸린 여성이 모텔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일각에서 '함정수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도 함정수사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내보냈다. 경찰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 안타깝다면서도 함정수사는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5일 밤 10시47분께 통영 광도면의 한 모텔에서 A(24·여)씨가 6층에서 투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섯 시간 만에 숨졌다. A씨는 성매매를 하는 다방, 소위 '티켓다방'의 종업원이었다.

경남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단속팀은 이날 오후 8시께부터 티켓다방 성매매를 단속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생활질서계는 풍속사범 지도단속, 성매매 및 사행행위업소 지도단속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경남지방청 생활질서계 단속팀은 손님을 가장한 경찰을 투입해 성매매 현장을 덮친다는 작전을 짰다. 작전대로 단속팀 한 명이 모텔에서 티켓다방에 전화를 걸었다. 종업원 A씨가 모텔을 찾았다.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은 화대로 15만원을 지불했다. 경찰은 화장실에 들어가 밖에서 대기 중이던 동료들에게 연락했다. 단속팀이 들이닥치자 A씨는 옷을 입겠다며 단속팀에 잠깐 나가달라고 했다. 단속팀이 나가자 A씨는 창문을 통해 투신했다. 골반 골절 등의 부상으로 A씨는 다음날 오전 3시37분께 숨졌다.

A씨가 숨지자 일부 언론과 국민은 경찰에 비난의 화살을 쐈다. '함정수사'가 성매매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경찰은 함정수사로 성매매 여성을 죽음으로 내몬 걸까? 기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남지방청 생활질서계 성매매 단속 B팀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B팀장은 A씨 사망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듯 목소리가 축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마음이 무겁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B팀장은 사건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25일 통영경찰서가 죽림초등학교 주변 원룸촌에 티켓다방 성매매가 난무한다며 단속 지원을 요청해 현장에 출동했다"면서 "초등학교 주변이니 초등학생들이 보기 안 좋다며 누군가 신고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언론이 함정수사로 몰고 가는데 절대 함정수사가 아니다. 티켓다방의 특성 상 이렇게 단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티켓다방이나 전단지 성매매업소(전화번호를 적은 전단지를 뿌린 뒤 모텔 등지에 성매매여성을 보내 일 대 일로 성매매를 하게 하는 업소)는 이런 단속 기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러면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수사 기법 중 하나예요. 함정단속은 범의(범죄 행위임을 알고서도 그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부터 범의를 유도하는 걸 뜻해요. 이런 상황(A씨 투신 사망)이 발생해 안 그래도 맘이 아픈데 적법 절차를 함정단속으로 몰고 가니 맘이 더 무겁습니다." B팀장은 "출동한 동료 모두가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당분간 단속 나가기 두려운 마음도 있겠다"고 묻자 그는 "당장 단속을 또 나가려니 맘이 참 무겁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섭고 맘도 아프지만 경찰이 단속을 안 한다는 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지방청 생활질서계 진훈현 계장 또한 일부 언론과 여론이 함정수사를 언급하는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진 계장은 "직접 사건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 땐 함정단속이란 말이 전혀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함정단속을 했다는 보도들이 나와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사용한 건 단속 기법 중 하나다. 티켓다방이나 전단지 성매매업소의 경우 이런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단속 자체를 할 수 없다"면서 "함정수사라는 용어에 혼선이 온 것 같다. 한 언론에서 그런 말을 쓰니까 너도나도 따라 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진 계장은 단속 중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괴롭다고 했다. "사람이 죽었지 않습니까. 적법한 절차를 밟아 단속했더라도 마음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단속 나간 경찰들은 아마도 충격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릴 거예요.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른 지역 경찰도 언론과 여론의 싸늘한 시선이 무섭다고 했다. 경찰들은 "앞으로 어떻게 단속할지 막막하다"고 입 모아 말했다.

충남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이런 수사 기법을 함정수사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하면 다른 성매매 업자들이 모두 티켓다방처럼 영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다른 경찰청은 티켓다방이나 전단지 성매매업소를 어떻게 단속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도 경남지방청처럼 단속하고 있다"면서 "이건 함정단속이 아니다. 첩보로 입수한 번호로 전화해 (성매매여성을) 부르는 거다. 이런 기법을 이용하지 않으면 티켓다방을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계의 입장도 비슷했다.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함정단속이라고들 보도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상당히 난감해 하고 있다"면서 "원래 성매매를 단속할 때 이 방법을 많이 쓴다. 이 기법이 함정단속이 아니라는 판례도 있다. 함정단속으로 몰면 앞으로 성매매를 어떻게 단속하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법원은 성매매 의도를 가진 자에게 단순한 범행 기회를 주는 건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2010년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린 여관 주인 C씨가 "범법행위를 유발하는 함정수사를 처분의 근거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며 강북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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