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나흘간 무단 결근 후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정모(44)씨. 출근한 것처럼 회사를 속이고 무단 결근한 사실이 발각돼 해고됐다. 부당하다고 여긴 정씨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냈고 26일 승소했다. 재판부는 "무단 결근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한 점 등은 회사의 노무 관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수 있지만,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는 정씨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생산 설비에서 근무하는 정씨는 지난해 1월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느라 나흘 동안 무단으로 결근했다. 휴가계를 내는 대신 같은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동료에게 자신의 업무를 부탁했고, 조장에게는 여행 첫날은 노동조합 조합원 교육에 참석하기 때문에 작업장을 비운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또한 정씨는 결근 기간 동안 작업장에 자신의 사복을 걸어놓아 출근한 것처럼 보이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면서 정씨는 결국 지난해 3월 해고됐다. 정씨를 도와준 동료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회사는 정씨를 해고하며 근무 태도 등이 불량하고 개선 여지가 없을 때 해고할 수 있다는 사규를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달랐다. 먼저 감봉과 정직 처분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씨의 무단 결근이 반복적이거나 상습적이지는 않았다"면서 "사규에 한 달 동안 무단 결근을 5일 이상 했을 때 감봉과 정직 처분이 가능하다고 정해 놓은 만큼 만큼 정씨도 이를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씨가 조합원 교육을 간다고 허위 보고를 한 당일에도 대체 인력이 투입되지는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정식으로 연차를 냈더라도 대체인력이 투입되지 않았을 여지가 있다"며 "사측의 느슨한 인력 운용도 정씨의 일탈 행위를 부추긴 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19년간 직장에서 성실히 일했고 작업 중 왼쪽 무릎을 다쳐 장애 판정을 받은 이력도 있어 동료 다수가 이런 사정을 참작해 해고 철회를 호소한 점도 고려했다"고도 부연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 등 사회 각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회사를 속이고 무단 결근한 뒤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은 회사 조직의 근무 분위기를 해치는 중한 해사 행위이기에 해고에 준하는 강한 처벌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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