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4월 유신정권이 불온 세력의 조종을 받아 반국가단체를 조직하고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를 씌워 180여명을 구속 기소한 대표적 공안 사건이다. 정 고문 등은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하며 60∼141일간 구금돼 있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석방됐다. 이들은 2012년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과거사위원회가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2005년 이후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상 불법 행위를 한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으려면 피해자가 손해 발생을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소멸 시효를 과거사위원회의 발표 시점이 아닌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무효를 선언한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일로부터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대법원 선고 이전에는 긴급조치의 위법성에 대한 실체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 등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들이 곧바로 위법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민청학련 사건은 국가가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리고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한 위헌적 불법 행위"라며 "국가가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조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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