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생 "학생 밀어내기" vs 대학 "재학생들 불편 가중"

최근 이화여대 "0학점 등록제도가 폐지된다" 소문 돌기도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대학들이 수업을 듣지 않아도 등록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 예비 졸업생들에게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이들 취업준비생 겸 예비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대학들은 "졸업을 일부로 미루는 학생들 때문에 재학생들이 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졸업 유예란 학점 이수는 끝났지만 졸업하지 않고 학적을 유지하는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학에서 졸업 유예를 신청한 학생은 지난 3월 기준 1만4,900여 명이다. 2011년 26개교 8,200여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보통 기업들이 졸업자보다 졸업 예정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졸업을 미뤄서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고 한다.

일부 대학들은 이러한 졸업 유예 학생들에 대해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졸업 유예 제도를 실시하는 121개 대학 중 수강을 강제하는 대학은 75개교(일부 감면 또는 전체 감면 5개교 제외), 수업을 듣지 않는데도 등록금을 징수하는 대학은 21개교에 달한다.

'대학의 평균 재학 기간은 6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졸업 유예 제도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이화여대 관계자는 "2015학년도 1학기부터는 0학점 등록 대신 과정 수료생으로 학교에 남아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으며, 과정 수료생은 등록할 필요가 없어 등록금 부과도 필요 없고, 졸업예정증명서 발급이 항상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졸업하기 전까지 우리 학교 학생으로 보기 때문에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에게 비용을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반해 최근 서강대와 건국대는 졸업 유예 학생 줄이기에 나섰다가 "학교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밀어내려고만 한다"는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주저하고 있다. 결국 서강대는 인증제를 폐지하되 1년 간은 추가 학기를 등록하지 않아도 졸업 유예가 가능하도록 했다. 건국대의 경우 10만원만 납부하면 졸업을 연기할 수 있지만 2015년부터는 등록금의 1/6(약 60만원)을 납부하고 최소 수업을 듣게 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2014년부터 시행하려다 학생들을 생각해 1년간 시행을 보류한 것"이라며 "대부분 대학들이 졸업 유예가 늘어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요건을 강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의 대학 관계자는 "졸업 유예 등록금 제도의 현상을 볼 것이 아니라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기업들이 대학 재학생들을 선호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조건을 기업이 없앤다면 문제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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