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경찰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이 한 발언 중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과 인천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 문화 콘서트'의 발언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이 콘서트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북한 여행기를 펴낸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평양 원정 출산 의혹을 받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연사로 나서 북한 방문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행사를 끌어간다. 이날 콘서트에는 대학생이던 1989년 방북했던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깜짝 출연했다. 경찰은 황씨와 신씨가 토크 콘서트에서 한 발언이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찬양 고무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 검토하고 있다.

실제 19일 열린 콘서트에서는 북한에 대한 다소 황당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황씨와 신씨는 먼저 유엔 제3위원회에서 세계 111개 국가가 찬성표를 던진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신 북한의 상황에 대해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 황 씨는 “한국 언론들이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이야기를 하며 떠들썩한데 중요한 건 실제로 거기 주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진짜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북한의 상황을) 참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가 ‘북한을 바로 알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이번 행사에서는 정작 북한의 처참한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언급이나 비판은 없었다.

신씨는 '북한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젊은 지도자(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고 희망에 차 있는 게 보였다"며 "젊은 지도자가 나타나 삶을 더 활기차고 발전적이며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는 이어 "미국에서 왔다니까 '원수님 만나 사진 한 장 찍으라'고 할 정도로 (김정은이) 친근한 지도자 같았다"며 "(우리나라는) 대통령님 만나려면 몇 개월씩이나 기다려도 못 만나는 그런 어려운 분"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그걸 한국 사회의 억울한 양심수와 똑같은 반열에 두고 이야기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북녘에서 사기·절도·폭력·뇌물은 굉장히 심한 자본주의 범죄"라며 "그럼 정치범, 사상범인 것이고 자본주의 물이 들어서 생긴 범죄"라고 말했다.

신씨는 북한은 '누구나 인트라넷으로 드라마를 내려받아 보고, 초등학생도 휴대전화를 보며 평양 거리를 걸어 다니며 맥줏집엔 미남미녀가 잘 차려입고 드나드는 곳'으로 묘사했고, 황씨는 '세쌍둥이를 낳으면 노동신문이 보도하고 헬기를 보내서 산모를 데려올 정도로 나라의 경사로 대접해주고 아이들이 6㎏이 될 때까지 섬세한 제도와 마음으로 키워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신씨는 "북한은 강이 엄청나게 깨끗하다. 4대강 사업을 전혀 안 해서"라고 하자 사회자가 "녹조도 없고"라고 받았고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황 씨는 1998년 덕성여대 국어국문학과 재학시절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방북 대표로 북한 통일대축전행사 참가했다가 이듬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사건은 2005년 통일연대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황 씨가 만삭의 몸을 이끌고 방북, 평양 문화유적답사 행사 아리랑 공연을 보다 평양산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둘째 딸을 출산한 일이다. 출산 당일이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북한 원정 출산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샀다.

황 씨는 2007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11년 민노당이 통합진보당이 된 뒤에는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15번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2013년에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하고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며 또 한 번 종북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지난 6·4 지방선거에 통진당 강북구청장 후보로 나섰으나, 모교인 덕성여대 학생회관에서 황 후보의 현수막이 제작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한 학생이 “학교시설이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장소로 이용됐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해 수년 전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잡고 내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내달 11일까지 광주와 대전, 대구, 전주, 부산을 돌며 토크 콘서트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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