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영안실 냉동고에 넣기 전 목젖ㆍ눈 움직이며 살아나
일각선 '저체온증으로 이송돼 살아날 수 있었다' 분석하기도

응급실에서 사망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이 영안실 냉동고에 들어가기 직전 살아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남성이 소생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1시께 부산 사하구의 한 주택에서 변모(64)씨가 쓰러진 채 이웃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변씨는 저체온 상태였다. 동공 반응이나 호흡, 맥박을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119 구급차는 곧장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변씨를 10여분 만에 부산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수십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심전도에 심장이 정지한 상태가 표시됐고 맥박도 뛰지 않았다. 의사는 변씨가 죽었다고 판정했다.

검안의와 검사관을 대동한 경찰은 변씨를 영안실로 옮겼다. 영안실 냉동고로 변씨를 넣기 직전 마지막으로 변씨를 살핀 경찰과 검안의 검시관은 화들짝 놀랐다. 죽은 줄 알았던 변씨가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며 몸을 꿈틀거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변씨는 목젖과 눈을 조금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는 황급히 변씨를 응급실로 옮겨 치료했다. 이후 변씨 맥박과 호흡이 회복했다.

병원 측은 변씨가 살아난 건 '기적'이라고 보고 있다.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이미 DOA(Dead On Arrivalㆍ도착 시 이미 사망)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응급실에서 15분 동안 관찰했다. 이미 거기서는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병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죽었다고 판정한 사람이 살아난 만큼 판정을 내린 의사를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애초 A씨를 봤을 때 피부색이 검게 변해 있는 등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며 "검시 과정에서 제대로 살피지 않고 사망 처리했다면 큰 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건 변씨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변씨는 가족이 신병 인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부산의료원으로 옮겨졌는데, 자신의 이름과 살던 곳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건강을 찾았다. 물론 건강을 모두 회복한 건 아니다. 흡인성 폐렴, 백혈구 감소 등의 증세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산의료원 의료진은 변씨가 사망 판정을 받고 소생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판정까지 받은 변씨가 살아난 까닭은 뭘까. 일각에선 변씨가 발견 당시 저체온증 상태였던 걸 소생 이유로 보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를 저체온 상태에서 이송하면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크립톤 켈러웨이 피츠버그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4월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환자들이 심정지 후 소생하면서 뇌손상이 온다. 뇌가 부으면서(Brain swelling) 발열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러한 생리학적인 과정들로 인해 발열이 있게 되는데 그 때문에 저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발열을 관리하지 않으면 경련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이런 경련은 발열을 악화시키고 뇌를 더 붓게 만든다. 단순하게 요약하면 온도가 높으면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고, 온도를 낮추면 상태가 좋아진다. 그렇기에 저체온이 생존률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켈러웨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면 심폐소생술 시행 후 차가운 생리식염수 등으로 체온을 낮춰 이송한다"면서 "이후 많은 연구가 있는데 우리 팀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체온을 어디까지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정하게 저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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