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쏟아지자 일베 회원들 "좌좀에 대응하는 전사 응원하자" 맞대응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호두과자를 만든 업체의 제품을 팔아주자는 운동을 벌여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선 천안의 명물인 호두과자를 놓고 때 아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호두과자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건 천안의 A 호두과자 업체 때문이다. A업체는 지난해 7월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라는 글자가 적힌 포장박스에 호두과자를 담아 일부 고객에게 나눠줬다. 일베 회원 사이에서 ‘고노무’는 노 전 대통령을 업신여기는 호칭으로, ‘중력’은 노 전 대통령이 벼랑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걸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A업체는 박스 안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노알라’(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를 새긴 도장을 넣었다. 그것도 부족해 사람이 벼랑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그린 그림과 함께 ‘추락 주의’라는 문구를 포장지에 적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를 비롯한 네티즌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A업체는 홈페이지에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도장을 제작하거나 의뢰한 게 아니다. 재미 반 농담 반 식의 이벤트성이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 발표 이후 사태가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한 매체가 ‘A업체가 홈페이지 등에 비난 글을 남긴 네티즌 150여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보도하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A업체 대표의 아들 B씨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난해 올린 사과문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서 A업체 호두과자를 먹지 말자는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일부 과격한 네티즌은 천안 호두과자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천안 호두과자 불매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일베 회원들이 대응에 나섰다. 일베 회원들은 현재 “좌빨(좌파를 비하하는 말)들이 호두과자 까면서 너무한다느니 하는 거 웃긴다” “천안 호두과자업체 불매운동에 대항하자” 등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일베 게시판에는 A업체 연락처, 위치, 주문 방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호두과자를 주문했다는 인증 글도 적잖게 볼 수 있다.

한 일베 회원은 ‘호두과자 주문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호두게이(A업체 사장)와 통화도 두 번 했는데 많이 힘든 것 같더라.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항상 힘내라”라며 A업체 대표를 위로했다.

또 다른 일베 회원은 “지금 고소 건으로 비화돼 문제가 확대되는 모양이다. 스스로 좌좀(좌파를 비하하는 ‘좌파 좀비’의 준말)에 대응할 수 있는 전사가 될 수 없다면 이럴 때 전사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주문이라도 하자”며 A업체 호두과자 주문을 독려했다. 이 글을 읽은 한 회원은 “전화는 안 받고 홈페이지도 막혀 주문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문자로는 주문을 받더라”라는 댓글과 함께 A업체 대표의 휴대폰 번호를 남겼다. “오늘 주문했고 ‘번창하라’고 문자 보냈더니 ‘감사감사’라고 답장이 왔다”며 기뻐하는 회원도 있었다.

기자는 A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표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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