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자료사진.
김(81)모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남편과 이혼했다. 남편의 폭행이 이혼 사유였다. 김씨는 "20대 초반에 시집와서 70세까지 맞고 지냈다. 이후 10년 동안 잠잠해 고친 줄 알았는데, 최근 들어 폭행이 다시 시작됐다"며 "이제 나도 기력이 없는 상태라 맞고 쓰러졌다가 평생 못일어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이혼을 고민했던 김씨는 "주변에서는 '이제껏 함께 살았는데 이제 와서 이혼이냐. 참고 살라'는 말도 있었지만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면서 "이제야 내 인생을 얻은 거 같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최근 나이 들어 이혼하는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 22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의 이혼 사례는 지난해 3만2,433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2009년 2만8,261건이었던 황혼 이혼은 2010년 2만7,823건, 2011년 2만8,299건, 2012년 3만234건 등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5년 동안 22.8%에서 28.1%로 6%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반면 결혼 5년차 미만 부부의 '신혼 이혼' 사건은 작년 2만7,299건으로 황혼 이혼보다 적었다. 신혼 이혼은 2009년 3만3,718건, 2010년 3만1,528건, 2011년 3만689건, 2012년 2만8,204건 등 매년 감소해왔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근 5년 동안 27.2%에서 23.7%로 눈에 띄게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는 새롭게 결혼하는 인구가 줄어 젊은 부부가 이혼하는 사례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초자치단체에 접수된 혼인 신고는 32만5,016건으로 2012년 32만9,220건에 비해 1.3% 줄었다. 결혼 인구는 2011년 33만1,543건에서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이혼 신고는 11만4,707건에서 11만5,725건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편 이혼 소송 상소율은 전보다 높아졌다. 대법원까지 가서 끝까지 다투는 부부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이혼 소송의 항소심 접수건수는 2,749건으로 2004년 1,436건의 2배 수준이다. 상고심 접수건수는 537건으로 10년 전 259건의 2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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