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달 29일 시행된 가운데 경찰관이 학대받은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격리시키는 조치를 한 첫 사례가 나왔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 6일 새벽 1시쯤 중학교 1학년생 아들(13)을 남편이 때리고 있다는 아내 김모(34)씨의 112 신고를 받았다. 남편 박모(34)씨가 술을 먹고 들어와 아들을 발로 차고 머리채를 흔드는 등 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즉시 출동해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남편 박씨의 폭행이 가볍지 않다고 보고 특례법을 적용해 '긴급 임시조치' 1, 2, 3호를 내렸다. '임시조치'는 아동 학대 행위자를 아동과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조치이며 1호는 주거지 격리, 2호는 주거지와 보호시설 및 학교 등지에서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 이같은 조치는 법원이 결정하지만 사안이 급하거나 재범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경찰관이 직권으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긴급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모자는 폭행 현장에서 바로 박씨와 격리돼 보호를 받았다.

특례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대부분 부부 폭력의 피해 여성이 구제되는 데 그쳤고 자녀는 '훈육'을 이유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동에 대해 임시조치와 긴급 임시조치를 하도록 한 특례법이 시행됨에 따라 아동이 아버지로부터 폭행당한 현장에서 바로 보호 조치를 받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이 긴급 임시조치 첫 사례이지만 피해 아동에 대한 법원의 임시조치도 특례법 제정 이전에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가정 폭력에 대해 우리나라는 법 적용을 너무 관대하게 해왔던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는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엄중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서양과 달리 유교 문화가 짙은 동양 국가들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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