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사진=동효정 기자 vivid@hankooki.com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해 '조건부'로 임시개장 허가를 내렸다. 언제든 상황에 따라 승인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4개월간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인데, 임시개장 조건을 갖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 등을 계속 무시할 명분이 없었던 서울시의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의 공사 및 운영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교통체증으로 시민불편이 가중될 경우 고스란히 비난의 화살을 맞을 것이 뻔한 상황이다. 때문에 전례 없는 시민 견학 행사(프리오픈)까지 운영하며 결정을 미뤄왔다.

그러나 시로서는 건물을 비워두면 사회적 손실이 적지 않은데다 전문가들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여서 승인을 무한정 미룰 수도 없는 처지였다. 시가 공사장·건축물 안전, 교통, 석촌호 수위 등 4대 분야에 문제가 발견되면 언제든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부'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개장 승인이 서울시의 고민을 크게 덜어준 것은 아니다. 만일에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승인을 무르는 것과 별개로 인적·물적 피해는 발생하게 되고, 시는 이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82개의 미비점에 대해 보완서를 낸 롯데 측이 탄천변 동쪽 도로 확장공사와 송파대로 지하 버스환승센터 등 근본적인 교통 대책은 완성해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다. 롯데는 시간당 차량 700대만 주차를 허용하는 주차장 예약제 등으로 혼잡을 막을 계획이지만 그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벌써 유명무실한 계획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어쩌면 안전보다 교통 문제가 가장 가시화할 수 있다"며 "주차장 예약제 시행에도 교통난이 심해지면 주차장 폐쇄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석촌호 수위 저하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용역 결과는 일러야 내년 5월에나 나온다. 시는 "기존 도로 함몰 사건들은 제2롯데월드 공사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향후 연구에서 석촌호 수위 저하가 공사와 관계있다는 결론이 나면 즉각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시민사회의 우려는 여전히 거세다. 참여연대와 송파구 주민들은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승인 결정은 특정 재벌 대기업의 이익 앞에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송두리째 담보로 내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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