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계의 대부로 통했던 김태촌의 ‘범서방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대거 붙잡혀 사실상 조직이 와해 직전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각종 분쟁 현장에 개입하고 유흥업소를 상대로 금품 갈취를 일삼은 범서방파 조직 내 서열 2위인 부두목 김모(47)씨 등 간부급 8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범서방파는 지난해 숨진 김태촌이 생존 당시 조양은의 ‘양은이파’와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전국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다.

1970~1980년대 주먹 세계를 평정한 김태촌은 1986년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을 흉기로 난자한 사건을 계기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러다 1992년에는 범서방파 결성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고, 형기를 마쳤으나 수감 당시 교도소 간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뒤늦게 적발되면서 또 철창신세를 졌다.

김태촌의 수감생활이 길어지면서 후계자로 정한 현 범서방파 두목 김모(48)씨와 부두목 등은 김태촌의 출소 시점인 2009년 11월에 맞춰 조직 재건에 주력했다. 이들은 신규 조직원을 대거 영입해 합숙소에서 지내면서 결속을 다졌다. 또 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부산 지역 폭력조직 ‘칠성파’와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이려다 경찰 출동으로 가까스로 상황이 정리된 적도 있다.

지난해 김태촌이 사망하면서 범서방파는 급격히 와해하는 듯 보였지만 부동산 투자나 대부업 등으로 조직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지속적으로 위력을 과시해왔다. 이에 경찰은 신규 조직원 79명을 새롭게 파악해 대다수를 검거한 것이다. 경찰은 도주 중인 현 두목을 추적하는 한편 다른 폭력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이 벌이고 있는 새로운 ‘조폭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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