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체들이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원유(原乳) 과잉 생산이 장기화하고 있는 게 주 원인이다. 때문에 생산과잉의 지속으로 완제품 우유가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선 외부에서 임대해 사용하는 창고마저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는 유업체들은 남은 분유를 헐값에 처분하거나 그냥 버려야 하는 상황이 임박했다는 지적이다.

2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분유재고(제품으로 만들고 남은 원유를 말려 보관)는 1만4,896톤이다. 이는 2002년 이후 12년만에 가장 큰 규모다. 6월에 1만5,554톤까지 치솟았던 분유재고는 8월 들어 다시 생산량이 늘면서 재고가 다시 상승추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그러나 우유 및 유제품 소비는 극도로 위축되다 보니 우유 제조업체들의 소비촉진 정책이나 신제품 출시가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가 올해들어 8월까지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체 유제품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우유 매출은 1.8%, 요구르트 매출은 2.8%, 우유가 들어간 냉장음료 매출은 4.9% 감소했다.

일부 업체들은 한계상황이다. 자체 보유한 분유 저장시설은 물론 외부에서 임대한 창고까지 재고물량으로 넘쳐나면서 조만간 재고를 폐기해야할 처지다. A업체의 경우 현재 하루 200톤 이상의 잉여 원유가 발생하며 탈지분유 형태로 저장중인 우유는 전체 분유재고의 35%에 해당하는 6,000톤에 이른다. 이 업체의 창고 유지 및 보관 비용만 연간 10억원 수준인데, 더는 추가로 저장시설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탈지분유로 만들어 저장해왔지만, 이마저도 유통기한이 다가오는데다 추가로 창고를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재고를 헐값에 시장에 내놓거나 내다버리기 일보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B업체도 탈지분유 재고가 작년보다 40%가량 늘어났다. 재고가 내부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 외부 창고를 빌려 저장하고 있으며, C업체도 매일 재고가 불어나 외부 창고를 임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재고만 쌓여가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며 “정부와 낙농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남는 우유를 내다버리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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