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일부가 마비되고 치매 증상을 보이던 남편을 십여년간 병간호해온 60대 여성이 남편과 함께 숨지려다 자신만 살고 남편은 사망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대전 대덕구의 A(61·여)씨 집에서 A씨 남편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남편은 10여 년 전 뇌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왼쪽 전신이 마비돼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고 치매 증상도 있었다.

당초 경찰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통보를 받았고, A씨도 경찰에 “남편이 자연사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검결과 시신에 일산화탄소 중독 소견이 있고 수면제가 검출된 점 등을 토대로 경찰은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재수사결과 A씨는 집에 번개탄을 피워 남편과 함께 숨지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저녁 A씨는 남편에게 “나도 힘들다”며 함께 숨질 것을 제안한 뒤 번개탄 등을 피워 동반자살을 꾀했던 것이다. 실제 A씨도 십수년간 남편을 병간호하면서 몸이 좋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탐문 수사를 통해 A씨가 인근 마트에서 번개탄을 사는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등 사건 개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A씨가 오랫동안 병간호하다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에서 경찰로서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A씨도 사건 이후 건강이 더 안 좋아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경찰은 A씨를 자살교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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