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1년 만난 남성에게 자신이 한 대학병원 의사라고 거짓말을 한 뒤 결혼을 전제로 관계를 맺었다. 이후 혼담이 오가면서 A씨는 친정 식구들과 지인 상당수를 소개했지만 모두 A씨가 고용한 가짜들이었다. A씨는 의사도 아니었고 재력가의 딸도 아니었지만 보란 듯이 외제차에 고급 명품을 착용하는 등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모두 주변 사람들한테 투자금 명목 등으로 받은 수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결혼에 성공한 A씨는 첫 번째 타깃을 시누이로 정했다. A씨는 시누이에게 2,700만원을 빌려 생활비로 썼다. 그러고서 ‘채권 투자를 해주겠다’며 2억원을 받아 앞서 빌린 돈을 일부 갚고 나머지를 챙겼다. A씨는 자신이 대학 병원 의사인 줄 아는 시누이로부터 총 33회에 걸쳐 5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앞에 빌린 돈을 뒤에 빌린 돈으로 갚는 식의 돌려막기를 계속한 것이다.

시누이 다음에는 A씨 집 가정부, 그가 다니던 학원 건물 경비원 등이 차례로 걸려들어 수천만원씩 내줬다. 그러던 중 A씨는 피해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자 어린 딸을 데리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남편은 그제야 자신이 그동안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잠적한 후에도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지난 3월 초와 5월 말 잇따라 불구속 기소됐다. 두 번째 기소까지 피해액이 6억6,000여만원에 달했다. A씨는 기소된 후인 3월 말에도하기 위해 또다시 채권 투자를 운운하며 2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여 최근 끝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안범진 부장판사)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사건 합의금을 구하고 그동안 빚을 청산하는 한편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구속된 직후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3년 전부터 이어온 거짓말과 그 피해에 대한 첫 반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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