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남 창원에서 시내버스가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갈 당시 cctv 일부가 공개됐다. 사진=JTBC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에서 폭우로 불어난 물에 시내버스가 휩쓸려가던 당시 긴박한 모습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차문은 열렸지만 이미 물이 차올라 승객들이 탈출할 수가 없었다. 내부 출입문·승객석, 외부 전방·측면을 비추는 블랙박스 4대를 복원한 이 영상은 지난 25일 오후 2시 46분 51초부터 시작한다.

27일 경찰이 일부 공개한 영상에는 버스 천장 쪽에 달린 손잡이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잡혔다. 물살을 가르며 운행하던 버스는 47분 12초부터는 하천으로 빠진 듯 동력을 잃고 급류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위험을 인지한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 쪽으로 몰려나오자 운전기사 정모(52)씨는 24초에 앞 출입문을 개방했다. 이미 바깥에 물이 높이 차오르고 물살이 거센 상황이어서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했다. 한 번 열린 출입문은 바깥의 거센 물살 때문에 닫히지도, 활짝 열리지도 않은 채 힘없이 움직였다.

승객들이 탈출을 시도한 직후인 2시 47분 27초에는 앞서 10초부터 버스 뒤쪽에서 서서히 들어차던 흙탕물이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모습이 생생히 찍혔다. 영상은 2초 뒤인 29초에 교각에 부딪힌 듯 흔들리며 끊겼다. 급류에 휩쓸린지 17초 만에 교각에 충돌한 버스는 옆으로 기울면서 불어난 하천에 그대로 잠긴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탑승객 7명 가운데 6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실종자들은 교각 충돌 직전 열린 출입문을 통해 해상으로 떠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오후 2시 47분 30초 이후 영상은 사고로 완전히 침수된 탓인지 아예 촬영되지 않았다"며 "그 이전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서는 복원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폭우 속에 운행을 강행한 버스 업체 측 책임은 없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스 사고 장면을 목격한 이모(53)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농로를 천천히 운행하던 버스가 한동안 멈춰서 있더니 갑자기 하천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차량 밖으로 튕겨 나온 승객 몇 명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마을 주민들이 구조하려 했지만 물살이 워낙 거칠어 접근이 어려웠고, 곧 물살 속으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운전사가 내려서) 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 상황을 판단하고 자기 생각에는 기사가 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운전을 했겠지요. 좁아요, 거기가.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거기는 잘 모르지요. 물이 깨끗한 물도 아니고 흙탕물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25일 부산과 경남지역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예기치 않았던 재난이 잇따랐다. 큰 위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곳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남부지역에는 피해가 속출했다. 지금까지 인명피해는 사망 13명에 실종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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