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실버 세대를 껴안는 고용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얼마 전 택배 일을 시작한 이 모(64·부산)씨는 퇴근 길에 동료들과 한잔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집에 놀러온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을 수 있어 행복감을 느낀다. 건강만 받쳐준다면 언제까지나 지금의 일을 하고 싶다.

기업들의 실버 세대 고용이 늘고 있다. 식·음료, 서비스 등 탄력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기업을 중심으로 고령자 채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부터 실버 택배제를 시행해 온 CJ대한통운은 현재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각지에 360여 명의 실버 택배원을 두고 있다. 실버 택배원들은 하루 4시간 정도 근무하고 교대를 한다. 1인당 하루 50여 개의 택배를 배송하는데 기본 월급은 40만원대지만 물량에 따라 월 최대 150만원까지도 번다. CJ대한통운은 2015년까지 실버 택배원을 1,000여 명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스타벅스도 교육과 봉사활동을 통해 실버 바리스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스타벅스 재능기부 카페 1호점 '카페 이스턴'에는 리더 노정열, 커피 전문가 이금열, 라떼아트의 달인 이매자 등 실버 바리스타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추출에 있어서는 젊은 바리스타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고 있다.

'카페 이스턴' 바리스타 이금열씨는 "조를 짜서 일주일에 이틀씩 출근하고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데 아직도 일하러 가는 날이 기다려지고 설렌다"면서 "카페에 나오지 않는 날에는 공부를 하거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유한킴벌리 역시 고령자 채용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제품을 판매하는 '골든 프렌즈'를 열고 노인들을 판매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치유동물 전문가, 패션 돋보기, 소독액 치간칫솔 등 고령자에게 적합한 상품·서비스를 개발하는 소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을 찾아 최대 7,000만원의 자금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충남 아산시 내 고령자 친화기업 '청정드라이크리닝'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청정드라이크리닝에 고용된 노인들은 세탁물의 수거와 포장, 수선, 납품 등의 과정을 직접 맡게 된다. 고령자 친화기업은 일자리의 70%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구성됐으며 최근 이같은 기업을 지원하는 활동이 늘고 있다.

고령자 친화기업은 노인복지 향상에 일조하는 것과 더불어 내수 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실버경제의 기회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고령자는 연령·신체적 능력·퇴직 등 생활 변화에 따라 소비 잠재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서 "국내·외 고령 소비자를 포섭하기 위해 관련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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