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증은 대표적 성도착증… 공감훈련 등 인지행동치료 필요

전문가 "성적 트라우마 영향…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발현"

(사진=YTN 방송화면)
‘차관급이나 되는 인물이 대체 왜 그렇게 황당하고 무모한 짓을 저질렀을까.’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사건 발생 10일 만에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저질렀다고 실토함에 따라 김 전 지검장의 심리상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의 법률 대리인인 문성윤 변호사는 22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충격과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김 전 지검장의 심경을 전했다.

문 변호사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은 "가족들을 생각해 차마 그러지 못한(죽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경찰 수사 결과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사법절차도 성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전 지검장은 "본인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밝혔다.

문 변호사는 김 전 지검장이 사건 발생 초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종의 공황상태라서 솔직하게 자기 입장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0시 45분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의 CCTV에서는 김 전 지검장이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찍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거리 등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이는 성도착증, 그 중에서도 노출증 환자다. 노출증 환자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성기 등을 노출하거나 노출했다는 상상을 하며 음란행위를 한다. 성 변태인 ‘바바리맨’이 대표적인 노출증 환자다.

노출증에 걸리면 노출된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불안증에 시달리다 노출증을 실행에 옮기면 일시적으로 성적 쾌감을 느낀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노출증 환자는 성장 과정에서 엄한 가정교육을 받은 이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또 사춘기 때 성적으로 억압을 받은 것도 노출증이 생기는 데 영향을 미친다. 어렸을 때 아버지 등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끼거나 자라서 여성으로 인해 모멸감과 모욕을 느끼면 나타나기도 한다. 정신분석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성노출증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상태에서 거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나는 행동으로 분석한 바 있다. 대부분 18세 이전에 나타나기 때문에 40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이가 들어 가정 및 직장 생활이 잘 풀리면 노출증을 억제하면서 지낼 수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재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김 전 지검장의 성적 트라우마나 성적 억압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황당한 음란행위로 표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김 전 지검장이 제주에서만 음란행위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노출증은 다른 성도착증에 비해 여성 환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노출증의 32%가 여성이었다는 내용의 외국 조사결과도 있다. 노출증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증세이므로 다른 성도착증보다 유병율이 높다. 게다가 노출증 환자 중 일부는 성적 가해 행동이나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김 전 지검장이 적극적으로 노출증을 치료하겠다고 밝힌 만큼 노출증 치료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출증을 치료할 때는 공감훈련 등 인지행동치료법이 쓰인다. 노출증 환자는 피해자와 육체적인 접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피해자들이 자신처럼 쾌감을 느낀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공감훈련은 환자로 하여금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하는 훈련이다.

노출증 환자는 본인 역시 괴롭겠지만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다.

단국대 심리학과가 지하철ㆍ버스를 이용하는 10~40대 일반인 441명을 대상으로 노출증 피해 경험을 조사한 결과 69명(15.6%)이 노출증을 보이는 이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69명 중 여성이 54명으로 90%를 차지했다. 2회 이상 성적 노출행위를 당한 이는 34명(56.7%)이었다. 성적 노출행위를 당한 장소는 학교나 직장이 23명(38%), 도로가 14명(23.4%), 집이나 집 인근이 10명(16.7%)이었다.

성적 노출행위를 당한 이후 경찰에 신고한 이는 7명(11.7%),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고한 이는 49명(81.7%)이었다.

노출증 환자를 목격한 이후엔 18명(30%)에게서 행동변화(후유증)가 있었다. 14명(23.5%)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고 했고, 5명(8.4%)은 ‘복잡한 곳을 피하게 되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이 한 음식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본 여고생 역시 겁을 먹어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여고생은 김 전 지검장이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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