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염한 성도착증… '바바리맨'이 대표적 환자
본인도 괴롭지만 타인에게도 큰 후유증 남겨

‘차관급이나 되는 인물이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폐쇄회로(CC)TV 속 음란행위자가 김 전 검사장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 전 지검장의 심리상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0시 45분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의 CCTV에서는 김 전 지검장이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거리 등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이는 성도착증, 그 중에서도 노출증 환자다. 노출증 환자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성기 등을 노출하거나 노출했다는 상상을 하며 음란행위를 한다. 성 변태인 ‘바바리맨’이 대표적인 노출증 환자다.

노출증에 걸리면 노출된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불안증에 시달리다 노출증을 실행에 옮기면 일시적으로 성적 쾌감을 느낀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노출증 환자는 성장 과정에서 엄한 가정교육을 받은 이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또 사춘기 때 성적으로 억압을 받은 것도 노출증이 생기는 데 영향을 미친다. 어렸을 때 아버지 등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끼거나 자라서 여성으로 인해 모멸감과 모욕을 느끼면 나타나기도 한다. 정신분석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성노출증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상태에서 거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나는 행동으로 분석한 바 있다. 대부분 18세 이전에 나타나기 때문에 40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이가 들어 가정 및 직장 생활이 잘 풀리면 노출증을 억제하면서 지낼 수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재발하기도 한다.

노출증은 다른 성도착증에 비해 여성 환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노출증의 32%가 여성이었다는 내용의 외국 조사결과도 있다. 노출증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증세이므로 다른 성도착증보다 유병율이 높다. 게다가 노출증 환자 중 일부는 성적 가해 행동이나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노출증 환자는 본인 역시 괴롭겠지만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다.

단국대 심리학과가 지하철ㆍ버스를 이용하는 10~40대 일반인 441명을 대상으로 노출증 피해 경험을 조사한 결과 69명(15.6%)이 노출증을 보이는 이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69명 중 여성이 54명으로 90%를 차지했다. 2회 이상 성적 노출행위를 당한 이는 34명(56.7%)이었다. 성적 노출행위를 당한 장소는 학교나 직장이 23명(38%), 도로가 14명(23.4%), 집이나 집 인근이 10명(16.7%)이었다.

성적 노출행위를 당한 이후 경찰에 신고한 이는 7명(11.7%),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고한 이는 49명(81.7%)이었다.

노출증 환자를 목격한 이후엔 18명(30%)에게서 행동변화(후유증)가 있었다. 14명(23.5%)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고 했고, 5명(8.4%)은 ‘복잡한 곳을 피하게 되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 음식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본 여고생 역시 겁을 먹어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여고생은 문제의 남성이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혐의 인정한 김수창 "정신문제 치료받겠다"


이민형 기자 urbanity@hankooki.com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22일 “경찰 수사결과를 받아들이며 앞으로 성실히 치료를 받겠다”고 범행 일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변호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김 전 지검장의 뜻을 밝혔다.

김 전 지검장은 발표문을 통해 "현재 몸과 마음이 극도로 쇠약해져 입원 치료중"이라며 "이 건으로 (국민들에게) 충격과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이 깊이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본인도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지만 가족들을 생각해 차마 그러지 못한 점을 살펴달라"면서 "경찰 수사결과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사법절차도 성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사건현장 일대에서 확보한 CCTV에 대한 정밀감식 결과 음란행위를 한 인물이 김 전 검사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검사장은 지난 12일 오후 11시32분부터 11시52분까지 제주시 이도2동 왕복 7차선 도로변 등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를 받고 있다. 경찰은 CCTV 정밀 감정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경찰은 범행 인근에서 확보한 CCTV 7대의 영상을 국과수로 보내 정밀감정을 한 결과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가 다섯차례 이상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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