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N 뉴스화면 캡처
경찰이 확보한 CCTV 속 인물이 결국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제 세간의 관심은 김 전 지검장이 왜 그와 같은 일을 벌였을까 하는 점에 쏠려 있다. 돈이나 명예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불법이긴 하지만 성매수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 그처럼 상상할 수 없는 범죄 행위를 벌였는가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처럼 길거리에서 자위 등 음란행위를 하는 경우는 의학적 관점에서는 성도착증으로 분류한다. 성도착은 정상적인 성의 대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성 행위로는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환경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항구적인 것도 있다. 정신병자·신경증자로 볼 수도 있으나 정신장애라기보다 정서적 성숙기에 안정적이거나 일반적이지 못한 문제가 훗날 이같은 증세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김 전 지검장도 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성 도착증 환자로 추정된다. 김 전 지검장의 경우처럼 사회적 엘리트들의 성 도착증 현상은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 출신에서 흔히 나타나곤 한다. 자기 절제 등 그간의 억압된 생활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가 정상적이거나 일반적이지 못한 형태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른바 ‘바바리 맨’ 등 성 도착증에는 상대의 반응을 느끼면서 더욱 쾌감을 얻곤 한다. 때문에 이같은 성도착 행위가 반복되면 실제 성범죄로 발달할 가능성도 커 장기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외국 사례에 비춰볼 때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성적 일탈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김 전 지검장의 경우 이런 스트레스를 독특한 성적 취향으로 풀려던 것일 수 있고, 확인할 수는 없으나 어릴 때부터 성적 트라우마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품위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성적 억압이 상당히 심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런 행동에는 통상 자기가 남성이고, 남근을 과시하고 싶은 남근기의 욕망이 내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지검장이 상당히 오랜 기간 유사한 범죄 행위를 벌여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배 교수는 "더 이상 욕구를 감추거나 억제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간 것인데 10∼20년 전부터 이렇게 가끔 거리를 배회하며 음란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경우는 제주에서만 한 차례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유형"이라고 주장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윤병문 마음과마음 정신과 용인수지점 원장도 "노출증이 있는 사람은 정상적 생활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을 억제하지 못한다"면서 "성적 충동을 자위 등으로 해소해야 하며 이런 식으로 만족감을 얻고 나면 10명 중 3명은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0시 45분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동생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대며 신분을 숨기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으며, 유치장에서 밤을 보낸 뒤 풀려났다. 김 전 지검장은 17일 상경해 서울고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사 근처에서 산책을 했을 뿐인데 경찰이 다른 사람과 착각해 나를 체포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찰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사퇴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과수의 분석 결과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지검장은 이젠 검찰이 아니라 자신의 증세를 치유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음란행위가 한곳이 아니고 다섯차례나 장소를 바꿔가며 했다는 점에서 음주 등에 의한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병적 문제가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 전 지검장은 물론 검찰 전체에게도 시련과 위기의 시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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