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간호사, 검사는 의사' 발언으로 파장 일으켜
"경찰의 평생소원은 검사 구속하는 것" 주장하기도

“말도 안 되는 사실도 경찰이 검사를 불러서 조사하려 한다.”

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에 체포될 당시 동생 이름을 대며 신분을 숨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 전 지검장의 경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이다. 길거리 음란행위로 경찰에 체포된 김 전 지검장과 경찰의 악연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은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도 경찰과 악연을 쌓았다. 2012년 현직 K 부장검사가 금품수수 의혹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자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김 전 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했다. 김 전 지검장이 지휘하는 특임검사팀은 수사팀 구성 하루 만에 해당 부장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보다 먼저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수사를 강행했다. 경찰은 K 부장검사와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검찰에서 반발이 나왔다. 검찰은 수사지휘를 받는 경찰이 검찰 자료를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중수사’ 논란이 일자 특임검사였던 김 전 지검장은 검사를 ‘의사’에, 경찰을 ‘간호사’에 비유하며 경찰의 수사력을 비하했다. 김 전 지검장은 “수술을 간호사한테 맡기는 경우는 없다”며 “검사가 경찰보다 수사를 더 잘하고, 법률적 판단이 낫기 때문에 수사지휘를 하는 것이다. 검사가 내부 의혹을 수사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검장은 “경찰은 우리 수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료 협조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조사하는 것을 경찰이 왜 하는지 모르겠다. (경찰의) 평생소원이 검사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경찰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 전 지검장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경찰은 “검찰의 특권의식을 엿볼 수 있는 발언”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발했다. 간호사들도 김 전 지검장을 규탄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전국 30만 간호사와 함께 사회정의를 실천해온 검찰에 대한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면서 간호사 비하 발언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경찰과의 이 같은 악연으로 인해 김 전 지검장이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동생 이름을 댔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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