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감 확산… "안전문제부터 해결"
서울 잠실 잇단 싱크홀·동공 발생 공포감 확산
주민들 "제2롯데월드 개장 미뤄야 한다" 주장
서울시의회 "박원순 시장 직접 나서 해결하라"
롯데 건설 "싱크홀 문제 전혀 관련 없다" 일축

석촌 지하차도 공사 중 발견된 싱크홀과 동공. 사진=KBS/MBC
제2롯데월드가 위치한 서울 잠실 일대에 잇달아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조기 개장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 문제가 발생해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만큼 제2롯데월드 개장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의회도 박원순 시장에게 직접 나서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19일 송파시민연대와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잠실 일대에 싱크홀이 잇따라 나타나 이 지역을 늘 오가는 송파·강동 주민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잠실에서 나타난 각종 이상징후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최우선"이라며 "시민이 안전하다고 믿지 못하면 제2롯데월드의 조기 개장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2롯데월드 공사 당시 모습. 사진=뉴스Y
서울시에 대해서도 "석촌호수 수위 변동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기 전에는 롯데그룹의 조기 개장 요구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또 제2롯데월드 공사장 인근과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동공(洞空. 빈 공간)과 관련해 "기둥과 천장에 금이 가 있는 석촌지하차도에는 2012년 11월 균열 보수가 진행된 흔적이 있다"며 "잠실 일대 지반침하가 상당 기간에 걸쳐 나타났다는 증거로 지하철 공사 이외의 원인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또한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원순 시장에게 도로침하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결과물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소속 강감찬 시의회 부의장은 "중앙정부도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도로침하 문제에 대해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로침하가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지방단체와 협의해 좀 더 서둘러 결과물을 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의회는 관련 건의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고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유미현 석촌동 주민자치위원장 또한 "시에선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조치가 없어 주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며 "일부 주민은 아파트가 무너질까 두려워 집을 떠날 생각까지 할 정도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롯데건설은 지난 6일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공개하며 문제가 된 석촌호수 수위저하와 인근지역 싱크홀은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건설공사를 진두지휘하는 김종식 롯데건설 초고층부문장은 "그동안 구청이나 서울시도 싱크홀이 하수관로 노후화, 하수 유출로 발생한 침하라고 계속 이야기해왔지만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연관돼있다는 우려가 상당히 해소돼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석촌호수의 수위가 인근 지하수보다 2m 정도 높아 물이 끊임없이 주변 토사층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지하수 교란 현상'도 없다고 설명했다. 제2롯데월드 현장 내 지하수는 하루 평균 450~670톤 내에서 일정하게 유출되고 있으며 제2롯데월드의 하루 배수용량은 1350톤으로 지하수 안전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롯데월드타워는 홍콩 ICC 등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의 토목설계를 맡은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 'Arup'이 설계한 것으로 설계당시 39mm 침하를 고려했다"면서 "60%의 공정이 진행된 현재 45만톤(완공시 75만톤)의 하중이 작용 중으로 예측치보다 훨씬 적은 11mm를 기록하고 있다"며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석촌지하차도에서는 지난 5일 입구부에서 폭 2.5m, 깊이 5m, 연장 길이 8m의 싱크홀(지반 침하)이 발견됐고 이어 13일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의 굴이 발견됐다. 길이 80m짜리 동공이 발견된 지점 위에 있는 지하차도 기둥 25개에선 균열까지 확인됐다. 이후 18일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2곳의 동공을 조사하던 중 차도 종점부 램프구간에서 폭 5.5m, 깊이 3.4m, 연장 5.5m 동공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 지하차도 입구 집수정(하류로 가기 전 물이 모이는 집결지) 부근에서도 깊이 2.3m, 길이 13m의 동공을 발견했다. 80m 거대 동공 발견 이후 5일 만에 또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4개의 동공 역시 모두 땅굴 모양이다.

전문가 조사단은 추가로 발견된 동공들 역시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시행된 실드(Shield) 터널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터널을 파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 공사가 진행된 석촌지하차도의 지하는 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으로 터널 표면에서 그라우팅(틈새 메우기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터널 위 지반이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추가로 발견된 동공의 원인 역시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로 인한 지반 유실로 보고 있다.

또 석촌지하차도 주변에 잇따라 발견된 동공이 서로 연결돼 있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서울시가 추가로 발표한 동공) 5개와 그 전에 생긴 2개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석촌지하차도를 들어가봤는데 지하차도 기둥이 25개 보다 더 되는 것 같다"며 "지하차도가 길이가 145m의 반 정도인 80m만 동공이 있다고 했는데 보니까 (145m 구간) 지하차도 기둥들이 거의 다 수평으로 균열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즉 수평으로 발목이 다 끊어진 것"이라며 "그 균열들은 하부에 과도한 침하나 동공이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동공이 생긴 것은 연약한 지반에 대한 보강공사 부실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을 시공한 삼성물산이 동공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시간에 쫓기고 공기에 쫓겨 그런 것 같다"며 "공사하면서도 아마 그 위에 동공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충분히 그 빈 공간을 채워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든지 약간 놓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쪽 지반이 자갈, 모래층이 20m 되는데 그런 곳은 쉽게 땅을 파면 무너지니까 무너지지 말라고 관을 박아가면서 한다"며"공법자체는 주변 침하를 시키지 않는 좋은 공법인데 그걸 지반에 맞게끔 공사를 잘 기술적으로 하느냐의 문제다. 그런 것이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싱크홀이 생긴 부분에 대한 필요조치를 주문하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물산은 터널공사에 대한 시공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시에 공사구간 지반의 취약성과 공사기법을 보고하고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어서 시가 싱크홀 발생의 책임을 시공사에 부담토록 하는데 억울함을 나타냈다. 시는 싱크홀 발생 원인을 부실시공으로 지목한데다 시공계획서 검토에 대한 책임도 감리회사에 떠넘기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지반 침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석촌지하차도 490m 구간에서 아스팔트에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로 또 다른 동공이 2~3곳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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