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육군 28사단 윤 일병이 밥을 한 끼도 못 먹은 채 구타를 당하다 쓰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KBS 뉴스9 방송화면 캡처
선임병들에게 가혹 행위를 당해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 일병이 숨지기 직전 이틀 동안 라면 한그릇 만 먹은 채 구타에 시달렸던 정황이 드러났다. 또 군검찰이 가해 병사들을 재판하는 보통군사법원에 부검 전 사인을 바꾸고 증거기록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의 의문점도 발견됐다.

18일 윤 일병 사건의 초기 수사기록 내용을 살펴본 결과 윤 일병은 4월 4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얼차려를 받았다. 2시간 후 윤 일병은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이 병장을 포함한 선임병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낮 12시에 이 병장은 의무반 전원에게 점심을 먹지 말고 라면을 먹으라고 지시했고 오후에 윤 일병에게 기마자세 등 얼차려를 시켰다. 또 다시 윤 일병은 저녁 식사도 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폭행을 당했다.

윤 일병은 이 병장이 취침을 금지한 탓에 4월 6일에도 새벽 5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이날 아침 7시 55분 윤 일병은 지 상병에게서 엎드려뻗친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고 또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다. 오전 내내 구급차 내부 청소를 한 윤 일병은 점심도 굶었다. 이틀 내내 라면 한그릇만 먹고 폭행을 당한 윤 일병은 오후 4시10~25분, 다시 선임병들에게 70여 차례 온몸을 구타당한 뒤 쓰러졌다.

헌병대는 윤 일병이 숨진 이후 검시를 한 뒤 윤 일병의 가슴 부위 전체에 광범위한 폭행 흔적을 발견했다. 헌병대는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뇌부종 등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초기에 판단했다가, 부검도 하기 전에 ‘질식사’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헌병대는 같은날 보통 군사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기록하지 않고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추정)으로 사망함"이라며 질식사로 판단하는 내용만을 적었다.

한편 18일 지휘관 6군단장 이범수 중장이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부대의 상급부대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다.

윤 일병 유가족 대표인 매형은 지난 13일 군 인권문제 긴급토론회에서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한 것이지 누가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옷 벗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수사를 투명하게 하고 재판을 공정하게 하고 제대로 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형은 "그러므로 이 사건도 제한적 보강수사가 아니라 전면 재수사를 해줬으면 한다"며 또한 "구타·가혹행위 경질을 위해서는 민관군병영혁신위원회, 군인권법 제정, 국방옴부즈만 제도 도입도 좋으나 사망사고 발생시 구체적 형량을 정해졌으면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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